3~4월 1조8천억원 유입됐다 5월부터 유출 움직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투표가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숨죽인 채 투표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지지해온 조 콕스 노동당 하원의원이 지난 16일(현지시각) 피살되면서 국민투표 결과는 물론 투표 시행 여부도 불확실해진 상태다.
그러나 투표 결과에 따라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영국계는 물론 유럽계 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 있어 우려는 여전하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영국계 자금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주식 36조4천77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외국인 상장주식 보유액(433조9천600억원)의 8.4%로 미국계(172조8천200억원) 다음으로 큰 규모다.
영국은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지난 3월 말 현재 1조3천250억원(잔액 기준)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외국인 보유 채권(97조4천억원)의 1.4% 수준이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됐을 때 우려되는 것은 채권보다는 주식시장의 자금 이탈이다.
특히 지난 3~4월 국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된 영국계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 충격을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4월 영국계 자금의 국내 주식 순매수 금액은 1조7천86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주식 순매수액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다만 브렉시트가 이슈로 떠오른 5월 들어서는 461억원 유출됐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국내 증시에서 유럽계 자금이 증가세를 보였지만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미국계와 영국계가 주식을 순매도할 것”이라며 “특히 영국계 자금 유출은 상당히 오랜 규모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지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EU 탈퇴가 결정날 경우 코스피는 큰 폭의 단기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며 “1,850선까지 하락했다가 점차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이 EU에서 빠져나가면 영국에 대한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높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유럽계 자금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아일랜드는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15조5천740억원, 네덜란드는 14조2천850원어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합치면 30조원에 이른다.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 등은 지난 16일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가결된다면 금융·실물 부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의 중대한 하방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경우 영국과 무역·금융부문 연계성이 낮아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더라도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영국의 EU 탈퇴가 불러올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금융시장에 투자해서 돈을 벌 기회가 있는데 영국이 자금을 회수할 이유가 없다”며 “지금은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금융시장이 극단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바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이미 가격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 주 금융시장의 반응은 지난주처럼 극단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브렉시트가 결정되더라도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 거꾸로 증시가 상승세를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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