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문제 쟁점 부각… G20 의제선점 노려
일본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의 도발적 환율 발언을 둘러싼 한·일 양국의 신경전이 수그러들지 않을 듯 하다. 도리어 양국 간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쟁점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日재무상 “항의내용 몰라”… 갈등 비화?
지난 13일 한국의 환율정책에 대해 일본 간 나오토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이 던진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은 직후 기획재정부의 강력한 항의로 봉합되는 듯 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측이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우리 정부에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다 재무상은 14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전날 자신의 발언과 뒤이은 한국 정부의 항의 등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김익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 일본 재무성 국제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노다 재무상의 발언에 강력 항의하면서 재발방지를 요구해 다짐을 받았다는 우리 정부 측 언급과 상반된다. 노다 재무상의 언급대로라면 일본 재무성 국제국장이 김 국장과의 통화 내용을 묵살하고 노다 재무상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노다 재무상이 국제국장의 보고를 받고도 묵살했다는 얘기가 된다.
●“재발방지 다짐받아” 언급과 상반
그 실체가 무엇이든 일본은 노다 재무상의 14일 발언을 통해 환율 문제를 한·일 간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시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일본이 이처럼 정부간 금기에 가까운 발언을 불사한 배경은 슈퍼엔고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가전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한국과의 경쟁에서 날로 뒤처지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지난달 시장 개입 이후 2조 1000억엔(약 28조 7000억원) 규모의 엔화를 풀어 달러를 사들이면서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하고, 동시에 한국의 원화와 중국의 위안화 등 경쟁국 통화의 절상을 기대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던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내부를 향한 정치적 목적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의제 설정과 논의 과정에서 자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된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2010-10-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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