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총재 “가계부채 위험수준 아니다”

김중수총재 “가계부채 위험수준 아니다”

입력 2010-04-10 00:00
수정 2010-04-1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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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과 시장안정을 책임졌던 관료 출신으로서 이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은 이전 총재들에 비해 사뭇 관료들의 그것에 가까웠다. 우리경제 앞에 놓인 위험요인들에 우려와 경고를 보내기보다는 시장을 다독이는 데 방점을 두었고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여과없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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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후 처음으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개회를 알리는 방망이를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14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해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시기상조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9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후 처음으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개회를 알리는 방망이를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14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해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시기상조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김 총재가 9일 사실상의 데뷔 무대에 올랐다. 지난 1일 취임 이후 첫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금통위는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연 2.0%로 동결했다. 사상 최저 기준금리가 지난해 2월 이후 14개월째 이어지게 됐다.

저명한 경제학자(한국개발연구원장 등)와 최고위 정책 당국자(청와대 경제수석 등)를 두루 거친 그가 시장에 자신의 철학과 메시지를 던지는 첫번째 소통의 자리. 시중금리, 가계부채, 과잉유동성 등 민감한 기자단의 질문들이 예고돼 있는 터여서인지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다.

답변은 대체로 낙관적인 방향으로 흘렀다. 물가상승(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과 관련해 그는 “(일부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매우 걱정할 정도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한 뒤 공공요금 인상에 대해서도 “(한은 총재가 정부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정부가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정도까지 부담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규모에 대해서도 “유의 깊게 지켜보고 있지만 국가경제에 큰 위험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가계부채의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소득분위별 부담비율인데 우리나라는 가난한 사람들의 대출이 문제가 됐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달리 주로 중상위층에서 빚이 많이 늘어났고 금융자산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한은의 입장과 다른 것으로 전임 이성태 총재는 퇴임 전 “가계부채가 개인 가처분소득의 140% 이상이 되는 것은 지나치다.”,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자주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가계부채와 연관된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도 김 총재는 “가계부채가 금리 결정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이 전 총재는 “부채가 많으면 금리를 인상해야지 부채가 많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은 교과서가 가르치는 것과 정반대”라며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김 총재는 현 정부 초기 국가비전으로 내세운 ‘747 플랜(연간 7% 성장, 10년내 국민소득 4만달러, 10년내 7대 강국)’의 달성은 불가능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아직 굉장히 허약한 상태”라면서 “정책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떤 목표를 세울 수는 있겠지만 경제는 그렇게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경제를 이끌어 가기보다 시장이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와의 관계 설정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한은이 정부에 대해 을(乙)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국민들이 보기에 국가경제 발전에 한은이 상당한 리더십과 이니셔티브를 가진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도록 할 것임을 스스로 다짐한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2010-04-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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