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회계법인…의견거절에 상장폐지 폭풍

깐깐해진 회계법인…의견거절에 상장폐지 폭풍

입력 2010-03-25 00:00
수정 2010-03-2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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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계법인들이 깐깐해졌다.

 예년이면 넘어갈 것도 다시 들여다보고,자본잠식만 아니면 대부분 ‘적정’을 주던 회계법인들이 시가총액 4천억원짜리 기업에까지 과감하게 ‘의견거절’을 내놓고 있다.

 의견거절은 회계법인이 특정 상장회사에 대한 감사에서 의견 내기를 거부하는 최악의 사태로,해당기업은 상장폐지로 연결되며 금융권에서 대출금 변제까지 종용받게 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 9시까지 유가증권상장사 6곳,코스닥상장사 18곳 등 24곳이 각 회계법인들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았다.

 이는 2006년 4개사,2007년 4개사,2008년 6개사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결산괴담’이라는 말까지 나온 작년 25개사에 육박하는 수치다.작년에는 상장폐지 당한 83개사 가운데 의견거절이 사유였던 상장사가 25개사로,무려 30%에 달했다.

 문제는 제출 기한이 지났는데도 감사보고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아 잠재 의견거절 기업으로 분류되는 곳도 많다는 데 있다.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 10곳,코스닥 33곳,무려 43곳이 이에 해당한다.

 의견거절을 받은 뒤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의견거절이 내부통제가 부실해 재무제표에 신뢰가 가지 않거나 계속기업으로서의 불확실성이 높을 때나 회계법인이 내는 극히 드문 판단이어서 실제 구제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의견거절이 속출하는 사태는 작년 경험으로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올해 그 규모나 강도가 더 크다.

 전날 시가총액 4천억원 규모로 시총 상위 28위 코스닥 상장사가 의견거절을 받아 충격을 준 것이 단적인 예다.2년 전만해도 자본잠식 아니면 극히 드물었던 의견거절이 올해 들어서는 계속 기업 가치 등의 다양한 이유로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작년 상반기까지 이어진 위기로 상장사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존속 여부가 불투명한 기업이 늘어난 것도 이유 중의 하나지만 그보다는 회계법인들의 감사가 더 엄격해졌다는데서 이유를 찾고 있다.

 기업의 부실을 눈감아준 회계법인에 대해 감독당국의 감시가 심해진데다 회계법인 스스로도 집단소송제 등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작년 9월 업계 9위던 화인회계법인이 코스닥 상장사의 상장폐지를 모면하게 해줘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영업정지를 당한 것은 회계법인 업계에 충격을 줬다.내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두고 감독당국이 회계법인 감리를 강화하는 것도 한 이유다.

 또 거래소가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를 강화해,자신들이 감사한 상장사가 상장폐지로 이어지면 회계법인의 불이익으로 돌아가고 평판에도 심각한 상처를 입게 돼 철저하게 감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한계기업은 실질적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회계법인의 생명이라할 수 있는 평판 위험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상장사,특히 코스닥 상장사에 대해서는 깐깐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장사와 감사 계약 할 때부터 위험이 있는 회사인지를 따져,위험이 있으면 감사 보수에 관계 없이 계약을 하지 않는 게 큰 회계법인의 동향“이라며 ”감사는 더 강화될 수밖에 없고 의견거절은 대폭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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