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영화] 룩앳미

[일요영화] 룩앳미

강아연 기자
입력 2008-04-26 00:00
수정 2008-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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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작가 아버지의 딸이 아닌 20살 소녀 그대로 봐줄 순 없니?

룩앳미(SBS 시네클럽 밤 1시15분) 아버지의 무관심, 뚱뚱한 외모, 모자라는 재능. 이 세 가지가 막 소녀티를 벗은 스무살 여자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만한 사람은 안다. 영화 ‘룩앳미´의 주인공 롤리타는 유감스럽게도 이 세 가지를 다 갖춘 스무살의 아가씨다.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롤리타(마릴루 베리)는 늘 불만에 가득차 있다. 세상도 그녀에게 불만이 많은 듯, 어딜 가나 호의적이지 않다. 유명 작가이자 편집자인 아버지 에티엔(장 피에르 바크리)은 그녀에게 관심이 없다. 게다가 아버지는 타인에 대해 가학적인 농담까지 서슴지 않는 독선적 인물이다. 롤리타는 아버지의 유명세를 이용하려 과잉친절을 베푸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의식을 갖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필요할 때면 아버지의 명성을 빌리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룩앳미’가 단순히 부녀간의 갈등에만 치중했다면, 그저 젊은 여성의 감성을 다룬 밋밋한 트렌드물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권력 주변에 몰려드는 다양한 군상을 포착함으로써 사회적 강자와 약자의 속성, 그에 따른 인간의 심리 등을 신랄하고도 관용적인 시선으로 그려냈다. 이 작품이 한 차원 높은 사회비판 영화로 승화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에서다.

어느 날, 롤리타의 성악교사인 실비아(아네스 자우이)는 롤리타의 아버지가 권세높은 작가 에티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에티엔의 도움이라면 아직 신인작가에 불과한 남편 피에르(로랑 그레빌)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에티엔에게 접근한다. 에티엔의 주변에는 권력의 부스러기를 탐하는 부나방들로 득실거린다. 이 가운데 비굴하지 않은 이는 롤리타의 남자친구인 세바스티앵(케인 부이자)뿐이다. 그는 집세도 못낼 정도로 가난하기 짝이 없지만 에티엔이 구해주는 일자리를 단호히 거부한다.

아네스 자우이 감독은 데뷔작 ‘타인의 취향’(1999년)으로 세자르영화제 각본상과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데 이어, 두번째 작품인 ‘룩엣미’로 2004년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거머쥐었다. 물론 그녀의 남편이자 공동 시나리오 작가인 장 피에르 바크리와 함께였다. 프랑스에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자우이·바크리 커플은 이 영화에도 각각 실비아와 에티엔 역으로 출연해 호연했다.

영화평론가 허문영씨는 “전작 ‘타인의 취향’이 취향의 권력에 관한 영화라면 ‘룩앳미’는 권력의 취향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다. 예술에 문외한인 공장 사장과 그를 경멸하는 연극 배우를 그린 ‘타인의 취향’은 ‘룩앳미’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국내에서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날카로운 풍자와 따뜻한 통찰이 돋보이는 이들 부부의 작품 행보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가 크다. 원제 Comme Une Image.111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8-04-2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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