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이어 이언주·이연희·전용기 공개 발언
이재명 지난달 연임 이후 입장 밝힌 적 없어
李 결단, 24일 금투세 토론회가 분기점 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9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공개적인 주장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왔다. 개인투자자들이 “재명세”(이재명+세금)라며 지지층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자 일부 의원들이 이에 동조하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이재명 대표가 기존에 선택지로 제시했던 ‘유예’와 ‘보완 후 시행’ 중 어느 쪽을 택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가진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와 관련해 “현재 국내 주식시장이 세를 과세할 만한 여건과 세력을 갖췄는지 다수의 국민들은 확신을 갖지 못한다”며 “우리 증시가 더 안정화·선진화 돼 매력적인 시장이 된 후에 도입돼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금투세 유예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그는 “현재 국내 증시 상황과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금투세를 무리하게 시행하면 주식시장에 참여한 1400만 명 국민 다수의 투자 손실 우려 등 심리적 부담이 가중된다”고 우려했다.
이 최고위원은 “부동산 위주의 자산 증식 방법을 탈피하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해야 우리 경제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지금처럼 임금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 있는 상황에선 자본시장이야말로 평범한 서민들의 계층 이동 사다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므로 주식시장을 육성하고 활성화하는 것이야말로 선진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우리 민주당의 궁극적인 정책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투세를 과세할 경우) 소액 투자자는 미래 기대 이익에 대한 상실감으로 시장에 대한 매력이 반감된다는 문제가 있다”며 “17년 째 2000대 박스피에 갖혀 있는 등 국내 상장 기업이 상당 부분 저평가 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직 당론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현재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의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장 상황과 국민의 전반적인 여론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금투세는 현시점에서 유예되거나 재논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최고위원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뉴시스
전 의원은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금투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저는 금융투자소득에 과세하는 것이 당연하고 필요한 조치라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 자본의 공정한 분배와 조세 형평성을 위해 금투세 도입은 필수적인 제도”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그러나 현재 우리가 처한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금투세의 시행 시기에 대한 신중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으로 인해 자본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으며 서민과 중산층이 체감하는 경제적 부담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전 의원은 “이러한 경제적 불안정 속에서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에는 다방면의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경제 회복이 더딘 지금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장기적으로 조세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며 “따라서 금투세의 도입 시점을 재조정하고 경제 상황이 더 안정된 시점까지 유예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 금투세 유예 목소리를 일찍부터 내온 이소영 의원은 전날 밤 전 의원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첫 메아리. 화성동탄 지역의 전용기 의원님, 용기 내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적기도 했다.
이연희 민주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본시장 선진화가 먼저다. 금투세는 유예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우리의 목표는 자본시장의 선진화다. 금투세는 그 과정에 있어 하나의 수단”이라며 “금투세가 도입되면 주가가 뛰어오르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한국 주식시장이 이렇게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침체 상황에서 금투세 과세 주장이 과연 국민에게 얼마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금투세가 도입되면 우리 주식시장은 자금유동성 감소, 거래량 감소,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 증가 등 시장 약세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당내에선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연간 5000만원 이상 양도차익을 보면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대다수 소액 투자자들은 아무런 세금 부담 없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고, 금융상품별로 단일화되는 세율에 따라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간편해진다”며 “그런데 이게 국민 다수의 이익을 해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으니, 억지·거짓 선동”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오는 24일 당내 금투세 토론회 이후에나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대표의 지금 역할은 중립의 위치에서 (의원들) 의견이 활발하게 논의될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라며 “(대표는 유예 혹은 보완 후 시행) 어느 쪽에 방점이 찍혀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민주당을 향해 금투세 폐지 관련 토론회를 다시 한번 제안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에서 9월 24일 자기들끼리 금투세 토론을 한다고 한다”며 “저희들이 생방송으로 하자고 여러차례 주장했던, 저희들이 제의했던 토론은 응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끼리 해야 진짜 토론이 아닌가”라며 “이 자리를 빌려서 민주당에 저희와 금투세 토론을 다시 한번 제안한다. 언제든 어느 장소든 어떤 방식이든 좋다”고 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금투세 폐지는 더 고집 부릴 일이 아니다. 국내 증시를 버린다는 메시지를 다수당인 민주당이 줘서는 안된다”며 “그 피해를 민주당이 말하는 것처럼 1대 99에서 1이 입는 것이 아니라 100이 입는다. 피해(자)는 1400만 개미투자자들,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가 될 것”이라고도 촉구했다.
이어 “자꾸 (상위) 1% 부자를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데 왜 99%와 100%가 이렇게 까지 강력하게 민주당을 성토하는지 한 번 생각해보라”고 했다.
한 대표는 “금투세 폐지는 반드시 해야한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정치는 대한민국의 주식시장을 지키고 육성해야할 의무 있기 때문”이라며 “그 의무를 다해달라는 말씀을 민주당에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금투세에 대해서 일부 투자자들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름을 붙여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게 민심이다. 민심을 들으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