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없다/제시 싱어 지음/김승진 옮김/위즈덤하우스/456쪽/2만 3000원
불의에 닥치는 위험, 예방 더 중요
정부 관심, 사고 대상 따라 달라져
안전 확보 못 한 위정자 책임 강조
2014년 4월 16일 오전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해역에서 침몰해 304명의 사망자를 낸 ‘세월호 사건’은 한국인 모두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 21세기 대형 참사로 꼽힌다.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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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5일 집중호우로 인한 임시 제방 붕괴로 강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가면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 17대가 물에 잠기고 14명이 사망했다. 최근 국내에서 벌어진 사건 사고들 대부분은 시스템의 붕괴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진단된다.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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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4일 오전 경기 화성의 리튬전지 제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 사고는 역대 최악의 공장 화재로 꼽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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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라는 것은 없다”고 단언하는 이유는 흔히 불의의 사고라고 불리는 일 대부분이 무작위로 닥치는 게 아니라 예측과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끄러지는 것은 과실이지만 물이 흥건한 바닥은 위험한 조건이고, 유조선을 몰다 암초에 부딪히는 것은 인간의 과실일 수 있지만 유조선을 모는 사람에게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하게 하는 것은 위험한 조건이라는 식이다. 과실을 예상하고 그것이 생사를 가르는 문제로 이어지지 않게 할 조건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고가 일어났다면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무언가라도 잘못이 있었을 거라는 모호한 결론을 만들어 책임을 회피한다”거나 “사람들을 사고에서 보호하는 일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그 사고가 누구에게 일어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하는 부분에서는 기시감이 느껴진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같고, 참사의 왕국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왜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지를 떠올리게 해 시종일관 분노를 참을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은 미리 알고 심호흡 후 책장을 넘기길 권한다.
2024-07-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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