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처럼 피어난 삼성 3代 ‘미술 사랑’

연꽃처럼 피어난 삼성 3代 ‘미술 사랑’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24-06-04 18:11
수정 2024-06-0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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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 ‘불교예술 기획전’
5년간 준비… 해외 걸작 52건
이병철 창업회장, 미술관 조성
이건희 선대회장은 작품 기증
이재용 회장, 다섯 차례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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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이 2층에 전시된 ‘감지금니묘법연화경’ 작품을 디지털 돋보기 기능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다섯 차례 찾아 직접 이 기능을 시연하며 작품을 소개했다고 한다. 삼성 제공
4일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이 2층에 전시된 ‘감지금니묘법연화경’ 작품을 디지털 돋보기 기능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다섯 차례 찾아 직접 이 기능을 시연하며 작품을 소개했다고 한다.
삼성 제공
“이번 기획전을 준비하는 데 5년이 걸렸습니다.”

4일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만난 삼성문화재단 관계자는 오는 16일 폐막을 앞둔 한중일 불교예술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을 준비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전시된 작품 92건 중 해외에서 빌려온 작품이 52건이나 된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클리블랜드미술관 등 해외 유명 미술관을 일일이 접촉해 한국 작품뿐 아니라 중국, 일본 작품까지 들여왔다. 한중일 작품을 한데 모아 놓았을 때 각국 작품 스타일을 확연하게 알 수 있고 한국 작품이 가진 우수성도 더 빛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 노력 덕분에 지난 3월 27일 개막 후 지난달 말까지 총 6만명이 동아시아 불교예술의 정수를 맛볼 수 있었다.

삼성에 따르면 이번 기획전은 호암미술관이 불교미술을 주제로 다룬 세 번째 전시회다. 1998년 ‘극락왕생의 염원을 담은 미술-아미타전’, 2016년 ‘세 가지 보배: 한국의 불교미술’과의 차이점은 불교미술을 ‘여성’이란 관점에서 재조명했다는 점이다. 과거 척박한 환경 속에서 불교미술을 후원하고 제작했던 여성을 진흙 속에서도 물들지 않고 청결하고 고귀한 존재로 피어나는 연꽃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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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이후 95년 만에 공개된 ‘백제의 미소’(금동관음보살입상). 소년의 미소를 띠면서도 자세는 소녀 같은 중성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현재 일본의 한 개인 소장가가 소유하고 있다. 삼성 제공
일제강점기 이후 95년 만에 공개된 ‘백제의 미소’(금동관음보살입상). 소년의 미소를 띠면서도 자세는 소녀 같은 중성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현재 일본의 한 개인 소장가가 소유하고 있다.
삼성 제공
이번 전시회가 주목받은 건 불교미술을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본격 조명한 세계 최초 전시회이기도 하지만 ‘백제의 미소’(금동관음보살입상·해외 개인 소장), ‘감지금니묘법연화경 권1-7’(삼성문화재단 소장) 등 최초 공개된 작품도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고려 시대 국보급 작품인 ‘나전국당초문경함’(불경을 집어넣는 통)도 전 세계에 단 6점만 남은 명품으로 평가받는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 ‘궁중숭불도’, ‘자수 아미타여래도’도 이병철 창업회장이 만든 미술관에 다시 돌아와 이번 기획전에 함께 전시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비즈니스 파트너 등과 이번 전시회를 다섯 차례 찾았을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일행들이 ‘감지금니묘법연화경’ 작품을 세밀하게 감상할 수 있게 이 회장이 직접 ‘디지털 돋보기’(손가락을 벌려 확대하는 기능)를 시연하기도 했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서현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도 이 전시회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병철 창업회장부터 이재용 회장까지 3대에 걸친 미술 사랑을 한눈에 보여 주는 전시회”라고 말했다.

2024-06-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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