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서 건너온 뮤지컬 두편
디어 에반 핸슨‘너드美’ 가득한 에반 핸슨
세상 배워가는 이야기
토니 어워즈 ‘6관왕’
헤드윅
성전환 수술 실패한 로커
버림받음의 연속인 인생
조정석·유연석 등 열연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에서 짠한 주인공 에반 핸슨을 연기한 보이그룹 인피니티 출신 김성규.
라바마인 제공
라바마인 제공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아시아 초연을 맞은 ‘디어 에반 핸슨’은 요즘 유행하는 ‘너드미’(Nerd+美)의 전형인 주인공 에반 핸슨이 세상을 배워 나가는 이야기다. 불안 장애를 겪는 에반을 보면 짠하면서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학교에서 이렇다 할 친구도 없는 그를 시쳇말로 ‘찐따’, ‘아싸’ 등으로 부를 수도 있겠다.
어느 날 에반은 나무를 타다가 떨어져서 팔을 다친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못했고 부축받지 못했다. 이처럼 외톨이였던 에반에게 세상을 향한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그는 상담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 나에게 쓰는 편지. 그래서 제목이 ‘디어 에반 핸슨’이다. 그런데 이 편지가 불량했던 동급생 코너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그가 자살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코너의 부모는 혹시 코너가 죽기 전 가장 가깝게 여겼던 친구가 에반 아니었을까 착각하고 에반은 우물쭈물하면서 대답을 똑바로 하지 못한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데….
2015년 미국에서 초연한 작품이지만 점점 고립감과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한국에서는 마치 어제오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토니 어워즈 6관왕에 그래미 어워즈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 등 권위 있는 15개 시상식에서 49개 부문 노미네이트, 26개 부문을 석권했다. 결함으로 세상에 나오길 주저하는 이들에게 ‘괜찮다’는 위로를 전한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점점 문제가 커지고 있음에도 왜인지 그 모든 과정이 진실을 찾는 여정인 것 같다. 1막이 끝날 때 나오는 넘버(노래) ‘You Will Be Found’(당신을 찾아낼게요)가 주는 감동은 상당하다. 인피니트 출신 김성규와 뮤지컬 배우 박강현, 임규형이 귀여운 ‘찌질남’ 에반을 연기한다.
뮤지컬 ‘헤드윅’에서 성전환 수술에 실패한 비운의 로커 헤드윅을 연기한 배우 조정석.
쇼노트 제공
쇼노트 제공
헤드윅을 연기하는 배우가 극을 혼자 이끌어간다. 처음엔 그렇게 신나게 즐기지만 극의 분위기는 점점 가라앉는다. 헤드윅의 기구한 인생 전모가 슬슬 드러나면서 슬픈 감정이 극대화되기 때문. ‘드래그 퀸’(여장 남자)으로서 남자 배우의 관능미를 강조해서인지 공연장은 여성 팬들로 가득하다. 한국에서는 조승우, 윤도현, 김동완, 변요한, 정문성 등이 헤드윅을 연기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배우 라나 홀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헤드윅 역을 맡았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2005년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 올해로 벌써 14번째 시즌이다. 조정석, 유연석, 전동석 세 배우가 각기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홀린다. 두 공연 모두 오는 6월 23일까지.
2024-04-16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