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로 北인권 고발 김성은 목사
1만 2000㎞의 목숨 건 탈출 담아
시드니영화제 등 수상 국제 관심
美횡단 영화 상영·모금행사 진행
“탈북민 인권, 이념 떠나 가치 소중
국내에선 관심 사라져 안타까워”
지난 2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김성은 목사가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 제작진과 함께 참석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화는 영국 아카데미의 다큐멘터리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김성은 목사 제공
김성은 목사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는 탈북자 가족의 1만 2000㎞에 이르는 목숨을 건 탈출 과정과 북한 인권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갈렙선교회 김성은(60) 목사가 도운 두 건의 탈북을 따라가며 그들의 참상을 알린다.
김 목사는 이달부터 오는 6월 초까지 영화 필름을 들고 미국 보스턴부터 로스앤젤레스(LA)까지 동서부를 가로지르며 상영회와 탈북민 대화, 모금 행사 등을 진행한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영화가 개봉된 미국, 유럽에선 반응이 대단했는데 국내(한국)에선 아예 안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흥행이) 형편없었다. 남북이 너무 오랜 세월 대치하다 보니 탈북자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낙원이라 믿고 자란 땅을 벗어나 다른 낙원을 찾아가는 이들을 그린 영화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관객상, 시드니영화제 최우수 국제 다큐멘터리 관객상 등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비평가와 관객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장편 다큐멘터리 예비후보에도 선정됐다.
이들을 제3국 안전지대로 빼내는 여정 자체가 북한, 중국에는 불법이다. 현지인의 도움이 필수인데 믿을 만한 사람인지 불확실성도 커 탈북은 ‘죽음의 길’이라고 불린다.
김 목사는 “탈북자들을 안내한 뒤 저만 다시 죽음의 길을 되짚어 오는 과정은 그야말로 고난”이라고 했다. 밀림을 안내하는 브로커가 돈을 요구하지만 다음 탈북자를 위해 마냥 들어줄 수도 없다. 그는 “북한 보위부라고 칭하는 이들에게 협박 전화를 받기도 했다”며 “은밀히 하고 싶지만 탈북자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자유를 찾아오는지 알리고 싶고, 탈북자들이 유엔에서 북한 인권 참상을 고발하는 등 국제사회 환기 효과도 있다”고 했다.
그는 ‘탈북자를 도우면 보수’라는 한국 내 극명한 인식, 북한 인권을 보는 시각이 정부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현실을 언급하며 “탈북민의 인권은 좌우 이념을 떠나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단언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닫혔던 북중 국경이 조금씩 열리는 상황이지만 요즘 북한 주민이 탈출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한다. 국경 봉쇄는 “북한과 중국에는 절호의 찬스”라고 했다. 제3국 탈출에 성공한 이들이 국제사회에 북한 정권 실상을 알리길 원치 않고 중국 역시 탈북민들을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탈북 비용 역시 과거 대비 10배가 올랐다고 한다.
“이제 와서 힘들다고 이 일을 놓을 순 없습니다. 탈북민을 돕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일곱살 아들 유골을 뿌리며 ‘네가 살 수 있었던 시간만큼 북한 주민들이 새 삶을 살게 하겠다’고 약속했거든요.”
2024-04-1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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