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언론 자유는 헌법 가치” 강조
특정 언론 전용기 탑승 배제 의아
낙하산 인사, 공정의 가치 어긋나
내로남불 악순환 끊는 정부 되길
이순녀 논설위원
불과 6개월 전인데도 대통령 취임사가 새삼스러운 이유는 윤석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 온 자유와 공정의 가치에 배치된다고 볼 만한 일들이 최근 잇따르고 있어서다. 먼저 자유부터.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는 반드시 수호해야 할 기본 원칙이다. 윤 대통령도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이던 지난해 8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때로는 언론과 갈등을 겪겠지만, 언론의 자유는 헌법상 가치”라고 강조했다. 당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시도에 맞서 언론 자유를 적극 옹호한 것이다. 지난 2월엔 “가짜뉴스냐 진짜 사실에 기반한 거냐를 가지고 언론의 자유를 조금이라도 훼손시키려고 하는 시도에 대해선 강력히 반대한다”고도 했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국익을 이유로 동남아 순방 대통령 전용기에 MBC의 탑승을 불허한 건 좀체 맥락이 맞지 않는다. 대통령실과 여당 관계자들은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된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을 뿐 언론 탄압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수·진보 성향 불문하고 대다수 언론사와 언론 단체가 비판 성명에 동참했다는 사실은 이번 조치가 대통령실과 여당의 해명처럼 그렇게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지난 9월 미국 뉴욕 순방 당시 비속어 자막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논란이 있는 보도를 이어 온 MBC의 행태에 대해선 여당이 법적 대응에 나선 만큼 절차에 따른 결과를 지켜보면 될 일이었다. 위치에 따라, 유불리에 따라 판단을 달리하는 선택적 언론의 자유는 절대 보편적 가치가 될 수 없다.
공정은 검찰총장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핵심 가치다. 문재인 정권의 불공정과 위선에 실망했던 많은 국민들은 윤 후보가 선거운동 내내 강조한 공정과 상식의 회복에 기대를 걸었다. ‘캠코더’ 같은 불공정 낙하산 인사 행태를 반복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최근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과거와 비슷한 논란이 일고 있어 우려스럽다. 한국가스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최연혜 전 새누리당 의원,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추천된 정용기 전 새누리당 의원은 에너지 공기업 수장이 갖춰야 할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다. 세계적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고, 공기업 개혁을 이끌어야 할 적임자인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해양기술원 같은 공공기관 상임감사 자리도 정치인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니 할 말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이고 역대 정부에서 언론 탄압 논란과 제 식구 챙기기 낙하산 인사 비판은 늘 있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부는 이전 정부의 불공정, 불합리, 비리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패턴이 쳇바퀴처럼 되풀이됐다. 하지만 권력을 잡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유사한 행태가 이어진다. 내로남불의 반복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내 사전에 내로남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남은 4년 반 동안 그 약속이 꼭 지켜지길 바란다. “전 정부에선 더 심하지 않았냐”는 단선적인 대응 대신 과감한 결단력으로 내로남불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는 모습을 기대한다.
2022-11-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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