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위안화도 급락… “제2 아시아 금융위기 올 수도”

엔화·위안화도 급락… “제2 아시아 금융위기 올 수도”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2-09-26 22:24
수정 2022-09-27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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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년 만에 ‘달러당 7위안’ 깨져
日 환율 개입에도 144엔대 턱밑
블룸버그 “1997년의 악몽 우려”
英 감세안에 파운드화도 최저치

26일 원달러 환율이 1420원을 돌파했다. 약 13년 6개월 만이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2022.9.22 연합뉴스
26일 원달러 환율이 1420원을 돌파했다. 약 13년 6개월 만이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2022.9.22 연합뉴스
미국 달러화가 초강세를 이어 가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중국 위안화는 2년 만에 ‘포치’(破七·1달러당 7위안 돌파)가 발생했고 일본 엔화는 정부 개입에도 약세 흐름이 이어졌다. 두 경제 대국의 통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같은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 환율을 달러당 7.0298위안으로 고시했다. 기준 환율이 ‘7위안대’로 설정된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이날 위안화 가치는 7.1630위안까지 하락했다. 위기감이 커지자 인민은행은 “28일부터 위안화 선물환 거래에 대해 위험준비금(증거금) 20%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은행들이 선물환 거래 시 인민은행에 무이자로 예치해야 하는 금액을 늘려 위안화 매도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호주 맥쿼리그룹은 “올해 중국의 무역흑자가 1조 달러(약 1423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위안화 하락 추세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수출업체들이 위안화 추가 하락을 우려해 ‘달러 쟁이기’에 나설 것으로 내다봐서다.

일본 엔화 가치도 달러화 대비 143.91엔까지 떨어졌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22일 엔화 약세를 저지하고자 1998년 6월 이후 24년 3개월 만에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날 급락으로 그간의 가치 방어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스즈키 이치 일본 재무상은 “투기적 움직임을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필요시 대응이라는 우리 입장엔 어떤 변화도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당국이 추가 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시아 양대 경제 대국인 중국과 일본의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 포인트 인상했지만, 중국은 이와 반대로 금리를 인하했고 일본 역시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달러 대비 위안화·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에서 ‘달러 엑소더스’가 본격화되면 외환 체력이 약한 나라부터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시나리오다.

‘킹달러’(달러 초강세)는 기축통화국으로 분류되는 영국까지 뒤흔들었다. 지난주 영국 정부의 대규모 감세안 발표 여파로 1985년 이후 처음으로 파운드당 1.09달러 아래로 떨어진 파운드화 가치는 이날도 아시아 시장에서 4% 이상 추가 급락해 역대 최저치인 장중 1.0327달러까지 하락했다.

강달러 충격으로 아시아 주식시장도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는 2.66%, 대만 자취안지수는 2.41%, 호주 증시는 1.60% 각각 떨어졌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20%, 선전성분지수는 0.75% 각각 하락 마감했다.
2022-09-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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