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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에 감도는 봄 향기, 춘곤증도 싹~ [이미경의 슬기로운 집밥 생활]

한 입에 감도는 봄 향기, 춘곤증도 싹~ [이미경의 슬기로운 집밥 생활]

입력 2022-03-17 17:44
업데이트 2022-04-0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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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 가득 냉이된장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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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식당에서 토론이 벌어졌다. ‘국물이 너무 많다, 된장이 너무 조금 들어갔다, 건더기가 적다, 맛이 뭔가 부족하다.’ 얼핏 들으면 전문가들의 맛집 평가인 듯하지만 딸아이 친구들이 된장찌개를 맛보며 한마디씩 나눈 대화이다. 음식은 주는 대로 감사히 먹는 것이라고만 가르치기엔 그 집 된장찌개 맛이 좀 부족한 건 사실이었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전문가 수준을 뛰어넘는 토론장이 됐다. 아이들도 된장찌개라면 이렇게 할 말이 많은데 어른들이라면 어떨까?

우리 밥상에서 개인 취향이 가장 뚜렷한 음식은 바로 된장찌개일 것이다.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고 계절마다, 지역마다 나는 재료들이 달라 된장찌개를 끓이는 방법도 다양했다. 당연히 맛도 달랐다. 물론 마트에서 구입한 장을 사용하면서 맛이 비슷해지는 듯했지만 된장찌개에 대한 개인의 취향마저 비슷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봄에는 냉이·달래·부추, 여름에는 애호박·풋고추, 가을에는 버섯, 겨울에는 시래기·무 등의 제철 재료를 넣어 된장찌개의 맛은 언제나 달랐으니까.

이제 때가 왔다. 노지 냉이로 된장찌개를 끓일 수 있는 봄이다. 겨우내 추위를 이겨 낸 냉이는 봄 향기와 봄기운을 가득 담은 채 식탁에 오른다. 겨울이 추울수록 뿌리에서 나는 냉이 특유의 향이 강해진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음지의 냉이는 갈색 잎으로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뿌리는 이미 길고 곧게 땅속에 자리를 잡아 제맛을 내기에 충분하다.

냉이는 비타민이 많고 다른 나물에 비해 단백질과 칼슘이 많이 들어 있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피로회복과 춘곤증에 효과적이라 봄의 나른함을 극복하기에 좋은 음식이다. 뿌리 쪽에 흙이 남아 있지 않도록 손질한 뒤 찌개뿐 아니라 무침, 볶음, 전, 튀김, 장아찌, 김치까지 한 줌 집어 어디에 넣어도 괜찮은 게 봄 냉이다. 냉잇국이나 찌개는 조개나 마른 새우, 콩가루 등을 함께 넣어 끓이면 특히 잘 어울린다.

가족들의 취향에 맞게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황금비율로 봄을 가득 담은 냉이 된장찌개를 끓여 본다.

●재료:냉이 1줌, 모시조개 100g, 소금 약간, 풋고추 1개, 홍고추 ½개, 두부 ½모, 물 2.5컵, 된장 2큰술, 고추장·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소금, 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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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냉이는 뿌리 쪽 흙을 다듬고 찬물에 흔들어 2, 3회 정도 씻은 뒤 뿌리 부분과 잎 부분을 먹기 좋게 잘라 둔다.
1. 냉이는 뿌리 쪽 흙을 다듬고 찬물에 흔들어 2, 3회 정도 씻은 뒤 뿌리 부분과 잎 부분을 먹기 좋게 잘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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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시조개는 얕은 소금물에 담가 해감하고 풋고추와 홍고추는 씨째 굵게 다지고 두부는 사방 1㎝ 크기로 깍둑썬다.
2. 모시조개는 얕은 소금물에 담가 해감하고 풋고추와 홍고추는 씨째 굵게 다지고 두부는 사방 1㎝ 크기로 깍둑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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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물에 된장과 고추장을 잘 풀고 모시조개를 넣어 끓인다.
3. 물에 된장과 고추장을 잘 풀고 모시조개를 넣어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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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모시조개가 익어 입을 벌리면 냉이 뿌리를 먼저 넣어 끓이다가 잎과 두부, 풋고추, 홍고추를 넣고 더 끓은 뒤 다진 파, 다진 마늘을 넣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한다.
4. 모시조개가 익어 입을 벌리면 냉이 뿌리를 먼저 넣어 끓이다가 잎과 두부, 풋고추, 홍고추를 넣고 더 끓은 뒤 다진 파, 다진 마늘을 넣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한다.
●레시피 한 줄 팁

모시조개를 비롯한 껍질 조개는 소금물에 담가 뚜껑을 덮어 두거나 어두운 곳에 두면 조개 속 불순물이 제거된다. 껍질을 벗긴 조개는 소금물에 살살 흔들어 씻어 건진다. 국물요리의 경우 껍질이 있는 조개를 사용하면 국물 맛이 더 좋다.
요리연구가·네츄르먼트 대표
2022-03-1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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