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글씨, 서가의 그림’ 展
김종영미술관 개관 20년 기념
서예 토대로 그림 다룬 작가들 김광업·김환기·백남준 등 11인
주류와 거리, 독자적 세계 구축
기하학적 추상화의 거장 한묵이 쓴 ‘비도´(1980).
김종영미술관 제공
김종영미술관 제공
동양화가 황창배의 ‘천지자만물지역여 광음자백대지과객´(1993).
김종영미술관 제공
김종영미술관 제공
김종영 ‘통천하일기이’(通天下一氣耳).
김종영미술관 제공
김종영미술관 제공
김환기 ‘무제’(1967).
ⓒ환기재단·환기미술관
ⓒ환기재단·환기미술관
일제강점기와 해방기에 태어난 이들은 한국 화단이 전통 서화에서 미술로 전환되던 시기에 주류 미술계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당시 서둘러 서구 미술을 모범으로 삼아 따라가려는 세태와 정반대로 끊임없이 전통을 새롭게 해석해 자기화하고자 했던 작가들”이라며 “21세기 한국 미술이 세계 속의 한국 미술로 나아가는 데 참고가 될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전시는 두 개의 공간에서 나뉘어 진행된다. 먼저 1층 전시실에선 미술가로서 서예에 정진한 작가, 제도권에서 활동하지 않은 서예가 등 서예를 공통분모로 한 8명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누가 서예가고, 누가 화가인지 구별이 어려울 만큼 글씨와 그림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풍경이 펼쳐진다. 기하학적 추상회화의 거장인 한묵이 쓴 ‘비도’와 조각가 김종영의 글씨 ‘통천하일기이’(通天下一氣耳)는 서예가의 솜씨 같고, 서예가 최규명이 먹과 색으로 쓴 ‘요산’은 추상회화를 보는 듯하다. 서예와 문인화 전통에 기반을 두고 추상화를 시도한 이응노, 동양화에 서구 미술사조를 가미해 현재화를 모색했던 황창배, 선화(禪畵)의 영역에서 파격적인 필치를 구사했던 ‘걸레 스님’ 중광의 글씨와 그림도 만날 수 있다.
서예가 김광업 ‘자강불식’. 1960년대. 김종영미술관 제공
백남준 ‘心’(연도 미상).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2021-03-1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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