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 가시화…“민주당 다수가 찬성”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 가시화…“민주당 다수가 찬성”

손지은 기자
손지은 기자
입력 2021-01-27 17:48
수정 2021-01-27 17:4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민주당, 28일 의총에서 추진 여부 결정
‘사법농단’ 임성근·이동근 퇴직 임박
이탄희 등 97명 찬성 이어 중진들도 힘실어
홍영표 “정치적 유불리 떠나 추진해야”
당론 추진 않고 의원들 자율 맡길 가능성도

이미지 확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정책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021. 1. 27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정책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021. 1. 27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국회의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이 가시화하고 있다. 27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사법 농단’ 사태에 연루된 임성근·이동근 부장판사의 탄핵 추진 내용이 보고됐고, 28일 자유토론 의총에서 2월 임시국회 탄핵 추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국회는 헌법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수 있다.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대통령 탄핵은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법관 등의 탄핵은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된다. 173석(정정순 제외)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이 뜻만 모으면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 소추가 가능한 구조하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하면 헌법재판소에 탄핵 심판을 청구하고,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하면 탄핵이 이뤄진다. 앞서 민주당 이탄희 의원 등과 정의당·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 등 4개 정당 소속 국회의원 107명이 탄핵 요구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임성근·이동근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기자의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임 부장판사는 다음 달 퇴직할 예정이고, 이 부장판사는 최근 사직서를 제출해 28일 수리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탄희 의원 등은 이들이 명예롭게 퇴직해 변호사로 활동하며 전관예우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신속한 탄핵을 주장한다. 또 지난 2018년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사법농단 법관의 탄핵을 결의한 바 있고, 법원도 이들의 행위를 위법하다고 판결한 만큼 국회가 탄핵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민주당 의총에서도 “망설일 이유가 없다” 등의 발언이 나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민주당 다수가 탄핵에 찬성하고 있고, 야당도 반대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코로나19 극복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탄핵이 정쟁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나 공개적인 반대는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미지 확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2020. 10. 6 정연호 기자tpgod@seoul.co.kr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2020. 10. 6 정연호 기자tpgod@seoul.co.kr
의총에 앞서 친문(친문재인) 핵심 중진인 홍영표 의원도 탄핵에 힘을 실었다. 홍 의원은 의총에 앞서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사법농단 법관을 탄핵해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다음 달 퇴직을 앞둔 임성근·이동근 판사가 이대로 법관 옷을 벗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사법 정의는 또 추락할 것”이라며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국회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홍 의원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회는 헌법을 수호해야 한다”며 “상황 논리와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다 보면 입법기관의 책임을 다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코로나19 상황이 더 심각한 미국도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임기가 끝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지 않느냐”고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한 우상호 의원도 페이스북에 “법원은 삼권분립을 통해 보호받아야 하지만, 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기구”라며 “이는 국회의 몫이자 역할”이라고 탄핵 추진을 촉구했다.

민주당 다수가 탄핵에 찬성하지만, 당론 추진 여부는 불투명하다. 2월 임시국회에서 ‘상생연대 3법’ 등 마지막 성과를 내야 하는 이낙연 대표, 실제 야당과의 협상을 총괄해야 하는 김태년 원내대표의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꼭 당론으로 추진하지 않더라도 공감하는 의원들이 뜻을 모아 추진하면 된다”며 “야당이 정치적 반대는 하겠지만, 법원과 법관회의 결정이 있기 때문에 탄핵 자체에 반대할 명분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탄핵 추진으로 결론을 내고 실제 소추안을 처리하면 헌정 사상 첫 국회의 법관 탄핵 소추다. 12대 국회가 1985년 판사들에게 불공정한 인사를 한 유태흥 대법원장의 탄핵소추안 처리를 시도했으나 부결됐고, 2009년 18대 국회에서 광우병 촛불집회 개입 의혹의 신영철 대법관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으나 자동폐기됐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