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20세기 美시인들의 노래, 21세기 우리를 위로하네

20세기 美시인들의 노래, 21세기 우리를 위로하네

이슬기 기자
입력 2020-12-02 17:20
업데이트 2020-12-03 00:1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앤 섹스턴·메리 올리버 시집 출간

이미지 확대
①1950~1960년대 남성 중심의 미국 문학계에서 당당히 여성의 목소리를 냈던 시인 앤 섹스턴. 보수적인 사회에서 자유를 갈망하던 성정의 충돌을 시집 ‘밤엔 더 용감하지’(②)에서 풀어냈다. ③삶과 죽음을 다층적으로 고찰하면서 찬란한 생명을 이야기한 메리 올리버. 그의 시집 ‘천 개의 아침’(④)이 처음 번역돼 나왔다. ⓒARTHUR FURST·마음산책 제공
①1950~1960년대 남성 중심의 미국 문학계에서 당당히 여성의 목소리를 냈던 시인 앤 섹스턴. 보수적인 사회에서 자유를 갈망하던 성정의 충돌을 시집 ‘밤엔 더 용감하지’(②)에서 풀어냈다. ③삶과 죽음을 다층적으로 고찰하면서 찬란한 생명을 이야기한 메리 올리버. 그의 시집 ‘천 개의 아침’(④)이 처음 번역돼 나왔다.
ⓒARTHUR FURST·마음산책 제공
치열하게, 혹은 경이롭게 생을 노래한 20세기 미국 대표 시인들의 시집이 연이어 출간됐다. 앤 섹스턴(1928~1974)의 ‘밤엔 더 용감하지’(민음사)와 메리 올리버(1935~2019)의 ‘천 개의 아침’(마음산책)이다.

●앤 섹스턴, 용감함 뒤 숨은 불안 표현

앤 섹스턴은 실비아 플래스 등과 더불어 ‘고백시파’에 속하고, 에이드리언 리치처럼 여성의 이야기를 대범하게 그린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인기 시인이면서 보스턴대에서 정교수로 문학을 가르친 성공한 작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평생을 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 백인 남녀가 결혼해 아이 둘을 기르는 가정을 의미하는 ‘아메리칸 드림’이 지배적이던 1950년대 미국에서, 섹스턴은 보수적인 어머니상에 순응하지 못하는 여성이었다.

자유로운 한편으로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했고, 사회가 요구하는 옷을 완전히 벗어던지지도 못했다. 그는 여기서 오는 죄책감, 자괴감 사이에서 오는 분열을 ‘밤엔 더 용감하지’에 실린 68편의 시를 통해 맹렬히 고백했다. ‘나는 홀린 마녀, 밖으로 싸돌아다녔지./ 검은 대기에 출몰하고, 밤엔 더 용감하지.’(23쪽·시 ‘그런 여자 과(科)’ 일부) 책을 번역한 정은귀 한국외대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는 “그녀의 작품을 소개하는 건, 시인의 용감함과 그 용감함 뒤에 드리운 불안을 이해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메리 올리버, 생사의 다층적 고찰

‘천 개의 아침’은 한국에 첫 출간되는 메리 올리버의 시집이다. 광대하고 아름다운 자연 예찬,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과 감사를 담은 36편의 시가 실려 있다. 특히나 올리버의 노년에 출간된 이 시집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다층적인 고찰이 두드러진다. 나이 들어가면서, 반려견 퍼시와 같이 교감하던 대상들과의 이별을 경험하면서 죽음의 이미지는 점차 긍정으로 나아갔다. 그가 끊임없이 시 안에 사랑하는 대상을 등장시켜 회상하며 새로운 추억을 덧입혔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위로와 즐거움과 활력을 주는 시를 쓰고 싶다”던 생전의 바람 그대로, 올리버의 시편들에서는 생명력이 꿈틀댄다. 가령 이런 식이다. ‘춤을 추고 있을 때는,/ 규칙을 깨도 돼./ 규칙을 깨는 게 가끔은/ 규칙을 확장하는 거지.// 규칙이 없을 때도 가끔 있어.’(43쪽·시 ‘세 가지를 기억해둬’) 김연수 작가는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메리 올리버의 시는, 내가 그대로 따라 추고 싶은 춤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20-12-03 25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