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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 ‘악취와의 전쟁’ 8년째…전국 최대 축산단지 홍성 이전이 죄?

충남도 ‘악취와의 전쟁’ 8년째…전국 최대 축산단지 홍성 이전이 죄?

이천열 기자
이천열 기자
입력 2020-09-29 10:31
업데이트 2020-09-2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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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 축산단지 충남 홍성군으로 옮긴 충남도청이 8년째 ‘축산 악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도가 내포신도시 혁신도시 지정을 앞두고 악취 제거 활동에 적극 나선 가운데 환경부도 최근 이곳을 ‘환경안전 확보 및 생활불편 해소’ 추진대상으로 선정해 적잖이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25일 도청에서 한국환경공단, 농협경제지주와 ‘내포신도시 주변 축산 악취 개선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내포신도시는 충남도청이 2012년 말 이전한 홍성·예산군 경계에 조성한 신도시로 충남교육청과 충남지방경찰청 등도 입주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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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조(가운데) 충남지사가 지난 25일 도청에서 한국환경공단, 농협경제지주 등 기관장들과 ‘내포신도시 주변 축산 악취 개선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양승조(가운데) 충남지사가 지난 25일 도청에서 한국환경공단, 농협경제지주 등 기관장들과 ‘내포신도시 주변 축산 악취 개선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이번 협약은 한국환경공단이 농가 맞춤형 악취 저감 컨설팅을 하는 등 각 기관이 악취 저감에 힘을 모으기 위해 체결했다.

충남도청사가 이전한 홍성군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돼지 62만 9942 마리로 국내 1위, 한우는 5만 8179 마리로 2~3위를 다투는 국내 최대 축산단지다. 도청에서 반경 5㎞ 이내만 해도 307개 축산 농가에서 돼지, 소, 닭 등 총 64만 마리를 키운다.

이들이 배출하는 가축 분뇨는 연간 18만 3000t에 이른다. 이 때문에 도청 이전으로 주거지를 옮긴 주민들이 축사 악취로 고통을 받고 있다. 축산 악취 민원이 2016년 241건에서 2017년 124건, 2018년 74건, 지난해 84건으로 줄고 있지만 여전히 쾌적한 주거 환경을 해치는 상태다. 특히 한 여름인 7~8월에는 주민들이 악취 때문에 창문도 맘대로 열어놓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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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도심에 있던 충남도청이 이전하면서 충남 홍성군에 조성된 내포신도시. 충남도는 이곳을 쾌적한 혁신도시로 만들기 위해 축산 악취와의 전쟁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충남도 제공
대전 도심에 있던 충남도청이 이전하면서 충남 홍성군에 조성된 내포신도시. 충남도는 이곳을 쾌적한 혁신도시로 만들기 위해 축산 악취와의 전쟁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충남도 제공
대전 도심에 있던 청사를 농촌으로 옮기면서 직면한 축산 악취를 없애기 위해 도는 이전 직후인 2013년부터 각종 수단을 동원했다. 농가에 악취 저감제를 배포하고 죽은 가축을 쪄 냄새를 줄이는 폐가축처리기도 지원했다. 농가에서 축사에 살포하도록 박테리아 미네랄위터를 만드는 시설도 지어줬다. 또 악취를 뿜는 주 성분 암모니아를 희석하는 안개분무기도 제공했다. 특히 축사 옆에 무인 악취포집기를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 이같은 악취 방지를 위해 충남도와 홍성·예산군, 농가들은 모두 114억원을 투입해야 했다.

김은영 충남도 주무관은 “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뒤 입사한 젊은 공무원들이 악취에 더 민감하다”며 “2016년 3개 축산농에 보상을 하고 이전시켰다. 문제는 1000~4000 마리밖에 기르지 않는 개인 축산농이 아니라 기업이 만든 축산시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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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후보지인 충남도청 소재 내포신도시(충남 홍성군). 충남도 제공
혁신도시 후보지인 충남도청 소재 내포신도시(충남 홍성군). 충남도 제공
그 핵심 시설이 사조농산 축사다. 도청에서 2㎞도 안 떨어진 이곳에서는 충남에서 가장 많은 돼지를 사육 중이다. 도는 최근 이곳을 ‘악취배출시설 신고시설’로 지정했다. 1년 넘게 악취 민원이 이어지고 3 차례 이상 악취 배출허용 기준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악취방지법’에 따라 내년 3월 2일까지 악취 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으면 조업정지 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최태영 주무관은 “사조농산이 1만 6000 마리에 이르던 돼지 사육두수를 8000~9000 마리로 줄이는 등 지속적인 악취와의 싸움이 효과를 보여 올 여름 악취 민원이 2건밖에 없었다”면서도 “축산 악취는 축사가 다 사라져야 끝나는 게 아니냐”고 씁쓸하게 웃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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