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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고래 380마리 떼죽음 “애써 구한 네 마리 안락사가 인간적”

호주 고래 380마리 떼죽음 “애써 구한 네 마리 안락사가 인간적”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9-24 17:04
업데이트 2020-09-25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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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호주 태즈메이니아섬의 서쪽 항구 스트라한 근처 해변을 선회하던 항공기에서 포착한 긴꼬리 들쇠고래 무리의 주검들이다. 호주 AAP 제공 AP 연합뉴스
23일 호주 태즈메이니아섬의 서쪽 항구 스트라한 근처 해변을 선회하던 항공기에서 포착한 긴꼬리 들쇠고래 무리의 주검들이다.
호주 AAP 제공 AP 연합뉴스
호주 남동부 태즈메이니아 해변에서 나흘째 고래 참극이 이어지는 가운데 24일 구조 작업에 나선 이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지난 21일부터 긴꼬리 들쇠고래(pilot whale) 무리가 모래톱에 갇힌 뒤 거친 조류를 만나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애써 구해낸 네 마리가 너무 지쳐 안락사시키기로 결정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지금까지 맥쿼리 곶의 얕은 바닷물에 갇힌 고래 숫자는 470마리 정도인데 380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동영상을 보면 바다에 온통 고래 주검들이 둥둥 떠 있다. 여태껏 70마리 정도를 구조했는데 이제 기껏해야 20마리 정도를 더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방송은 구조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그런데 간신히 구조한 네 마리는 너무 기력이 소진돼 소생할 여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돼 안락사시키기로 했다. 해양 보존 프로젝트(MCP)의 크리스 칼리온 박사는 “우리는 이 동물들에게 기회를 주고 바다로 나아갈 수 있게 했는데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면서 “이 사례에 있어 최선의, 가장 인간적인 결정은 안락사”라고 말했다. 수의사도 고래들을 살펴본 뒤 “순전히 동물 복지의 관점에서도” 안락사 밖에 방법이 없다고 동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22일에는 처음 고래떼가 갇힌 채 발견된 맥쿼리 곶에서 10㎞ 떨어진 해역 위를 날던 헬리콥터가 200마리 고래가 숨져 있는 것을 포착했다. 맥쿼리 곶에 갇혀 적어도 90마리 이상이 변을 당한 무리와 같은 무리에 속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태즈메이니아 원시산업부의 닉 데카는 “공중에서 봐도 (이미 상황이 끝나) 구조 작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다만 보트 한 척을 파견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게 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호주에서는 1996년 320마리가 서부 해변에 밀려와 죽은 것이 가장 많은 고래들의 죽음이었는데 이번에 경신됐다. 거의 80%가 태즈메이니아에서 발생했는데 그 중에서도 맥쿼리 곶 일대는 고래들이 계속 찾아 죽음을 맞는 장소다. 1935년에는 294마리의 들쇠고래가, 2009년에는 200마리의 들쇠고래가 이곳을 찾아 최후를 맞았다.

왜 이들 고래들이 해마다 이맘때 이곳 해변에 집단으로 떠밀려오는지 아직도 정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일부는 기후 재앙을, 또는 먹잇감을 쫓다가 길 탐지 능력을 잃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집단 자살을 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전문가도 있다. 특히 들쇠고래는 강한 사회적 연대 의식으로 유명한데 먹이를 쫓는 데 앞장서는, 나이 많은 우두머리가 목숨을 잃으면 뒤따라 모두 삶의 의지를 잃고 스스로 죽음을 맞는 것으로 보인다는 억측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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