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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4년전 내 자리” 李 “새 모습으로”… ‘32년 악연’두 남자 신경전

金 “4년전 내 자리” 李 “새 모습으로”… ‘32년 악연’두 남자 신경전

기민도, 이하영 기자
입력 2020-06-03 22:42
업데이트 2020-06-04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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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긴 인연’ 다시 마주앉은 이해찬·김종인

李, 13대 총선 4%P 차이 김종인 꺾어
20대 무소속 당선 뒤 복당·대표 꿰차
金, 20대 총선 때 ‘친노’ 이해찬 컷오프

金 “정상 개원 협력을” 李 “법 지켜야”
3차 추경 필요성 공감… 원 구성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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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vs 1988… 지금은 웃고 그때는 달랐다
2020 vs 1988… 지금은 웃고 그때는 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 대표와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비교적 밝은 분위기에서 정치 현안을 논의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4년 전에는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기분이 이상하다.”

3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예방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렇게 농담을 건네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대표도 웃으면서 “비대위원장을 맡으셨으니 새로운 모습으로…”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2020 vs 1988… 지금은 웃고 그때는 달랐다
2020 vs 1988… 지금은 웃고 그때는 달랐다 1988년 4월에 열린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던 평화민주당 이해찬(오른쪽) 후보와 민주정의당 김종인(왼쪽) 후보가 유세장에서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의 이날 만남은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원 구성을 둘러싼 현안 외에도 두 정치인의 ‘32년 악연’으로 이목을 끌었다. 두 사람은 1988년 13대 총선에서 처음 맞붙었다. 당시 두 번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김 위원장은 민주정의당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 3선을 노렸으나 평화민주당 후보인 이 대표에게 5000여표(4% 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이후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김 위원장이 민주당의 비대위 대표로 친노(친노무현) 주류와 강경파를 타깃으로 물갈이를 했고, 친노 좌장인 이 대표도 컷오프(공천배제)됐다. 이 대표는 컷오프에 반발해 탈당, 무소속으로 세종시에 출마해 당선된 뒤 복당했고, 김 위원장은 비례대표직을 던지고 탈당해 야인으로 돌아갔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난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평소보다 밝은 얼굴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김 위원장이 이 대표를 만나자마자 꺼낸 말은 “건강 괜찮으시냐”였고, 이 대표는 “많이 좋아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어려운 일을 맡으셨다”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그렇죠. 팔자가 그렇게 되나 봐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두 대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3차 추경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경제 문제를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에서 국회가 정상적으로 잘 작동이 돼야 이 사태를 빨리 극복할 수 있다”며 “정부의 노력에 적극 협력할 테니 그런 식으로 (정상적으로) 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5분가량 진행된 비공개 대화에서는 이 대표가 3차 추경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내용을 보고 하겠다”고 답했다고 민주당 송갑석 대변인이 전했다.

여야가 원 구성을 놓고 갈등을 빚는 상황에 대해서는 신경전도 벌어졌다. 김 위원장은 “7선으로 의회 관록이 가장 많으신 분이니까 과거의 경험을 보셔서 정상적인 개원이 될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며 민주당의 단독 개원 추진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이 대표는 “5일에 (개원을) 하도록 돼 있다”며 “기본적인 법은 지키면서 협의할 것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원 구성 협상은 이날도 겉돌았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어제도 (두 당의) 원내대표와 수석이 만났지만 (협상이) 잘 안 됐다”면서 법사위 문제로 협상이 막혀 있다고 설명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5일 본회의를 강행하면 통합당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당내에도 여러 의견이 있어 4일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모아볼 예정”이라면서도 “과거처럼 장외투쟁·농성·단식 등과 같은 방식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2020-06-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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