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끼칠까봐” 도쿄 유흥가 다녀온 확진자들 역학조사 비협조

입력 : ㅣ 수정 : 2020-03-30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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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쓴 일본 직장인 마스크를 쓴 직장인이 10일 일본 도쿄 롯본기역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2020.3.10  AFP 연합뉴스

▲ 마스크 쓴 일본 직장인
마스크를 쓴 직장인이 10일 일본 도쿄 롯본기역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2020.3.10
AFP 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일본에서 유흥가를 통해 감염된 환자들이 행적을 밝히길 꺼리는 바람에 방역당국이 역학조사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NHK방송 보도에 따르면 전날 도쿄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8명 발생했다. 이달 들어 감염이 확인된 환자가 4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 중 약 40%의 감염 경로가 미확인 상태로 남아 있다.

도쿄도는 일본 정부와 함께 역학조사를 하고 있지만 전파 경로 규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쿄도 관계자는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이들 중 야간에 번화가의 음식점을 방문했다가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이 여러 명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음식점 중에는 밀폐된 공간에서 종업원과 손님이 밀집하는 등의 조건이 갖춰진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보건당국은 환기가 잘 안 되는 밀폐된 공간, 다수가 밀집한 장소,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하는 등 밀접한 교류, 즉 이른바 ‘3밀(密)’을 충족하면 대규모 감염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면서 이를 피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술자리 등을 통한 감염 확산을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근 전문가로 구성된 후생노동성의 ‘클러스터(집단감염) 대책반’은 도쿄에서 야간에 영업하는 음식점 등을 통해 감염이 확산하고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복수의 확진자, 도쿄 긴자나 롯폰기 고급클럽 이용

복수의 확진자가 긴자나 롯폰기의 고급 클럽 등을 이용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관계자가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일본 정부 전문가 회의에 참여하는 오시타니 히토시 도호쿠대 교수는 “사람이 밀집하지 않아도 1명의 종업원이 근거리에서 다수의 손님을 차례로 접객하는 장소는 집단감염이 발생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번화가 술집 등을 통한 코로나19 감염이 위험한 상황이지만 역학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당국이 우려하고 있다.

보건소가 확진자의 행적을 조사하고 있지만 당사자가 사생활 등을 이유로 충분하게 답변하지 않아 구체적인 행동이나 지인과의 접촉 정도 등의 내용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30일 보도했다.

확진자에 대한 행적 파악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임의의 조사이기 때문에 강제력이 없다.

특히 야간 번화가와 관련된 조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동석자나 가게에 폐 끼칠까봐” 역학조사 진술 꺼려 당국 난감

야간에 번화가 음식점 등에서 식사 등을 했던 감염자가 “폐가 될 수 있다”면서 가게 이름이나 동석자에 관해 진술하기를 꺼려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속 도쿄 번화가 긴자 18일 일본 도쿄 긴자의 거리를 마스크를 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0.3.18  AFP 연합뉴스

▲ 코로나19 속 도쿄 번화가 긴자
18일 일본 도쿄 긴자의 거리를 마스크를 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0.3.18
AFP 연합뉴스

감염 의심되는 장소가 파악되더라도 음식점 측이 ‘증상이 있는 사람은 없다’, ‘손님들에게 폐가 되니 오지 않으면 좋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협조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타인에게 폐를 끼쳐선 안 된다’는 정서가 유달리 강한 일본 사회 특성이 역학조사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역학 조사에 잘 협조하지 않는 이들은 지인이 보건 당국의 연락을 받는 등 번거로운 일을 겪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같이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이러한 행동이 지인의 건강은 물론 사회 전체에 큰 폐를 끼치는 행동이 된다.

도쿄도의 한 간부는 “이런저런 수단을 써서 몇 번이고 설득하지만, 감염자도 가게도 소극적인 사례가 눈에 띈다. 부탁을 기반으로 한 조사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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