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코로나 확산에도 국경 개방… EU ‘솅겐 조약’ 때문?

입력 : ㅣ 수정 : 2020-02-2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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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통합 이념인 솅겐 조약 26개국 가입
비상사태에도 최대 2년 임시 국경 재도입
국경 봉쇄로 확산 방지 한계 있다고 판단
이탈리아선 신도 없이 미사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 브레시아의 한 성당에서 26일 감염 확산을 우려해 신도들이 불참한 가운데 사순절 첫날 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브레시아 EPA 연합뉴스

▲ 이탈리아선 신도 없이 미사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 브레시아의 한 성당에서 26일 감염 확산을 우려해 신도들이 불참한 가운데 사순절 첫날 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브레시아 EPA 연합뉴스

유럽 각국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들의 감염 경로가 이탈리아 방문으로 확인되면서 국경 통제 요구가 강해지고 있지만, 유럽연합(EU)이 국경 개방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잇따라 확인했다. 유럽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인 ‘솅겐 조약’의 정신을 지키려는 의도와 함께 국경 봉쇄가 확산 자체를 막지 못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전날 스위스,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에 이어 이날 그리스, 북마케도니아, 노르웨이 등에서 첫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그리스 북부 테살로니키 지역에 사는 38세 여성 확진환자는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 지역을 여행한 뒤 지난 23일 입국했고 북마케도니아의 50세 여성 환자도 이탈리아에서 한 달간 체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르웨이 환자는 중국에 다녀왔지만 현지 언론들은 별개로 이탈리아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노르웨이인이 지난주 노르웨이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가 유럽에 확산되자, 기존에도 이와 무관하게 국경 강화·복구를 주장하던 반이민·민족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프랑스 우익인 공화당 소속 에리크 시오티는 “너무 늦기 전에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도 이탈리아 국경 폐쇄를 주장했다.

하지만 EU집행위원회와 이탈리아 등 7개국 보건장관들은 국경 개방을 유지하기로 재차 결정했다. EU가 국경 폐쇄에 보수적인 이유는 1995년 체결한 솅겐 조약이 유럽 통합 이념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EU 회원국이 아닌 유럽 국가도 다수 가입한 이 조약은 26개국이 여권 없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근거다. 이에 따르면 테러리즘의 위협이나 이민자 급증 등 비상사태가 일어나도 최대 2년간만 임시로 국경 검문을 재도입할 수 있다.

조약 폐기나 임시 국경 재도입이 코로나19 확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EU의 방침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경 통제가 밀입국을 증가시켜 이동 경로 파악을 더 어렵게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솅겐 조약 가입국이 아닌 영국도 이탈리아발 항공편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며 “이탈리아는 앞서 중국발 항공편을 모두 중단했지만 지금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이 됐다”고 했다. 런던정경대 클레어 웨넘 박사는 “여행 제한과 같은 방법은 효과가 없다. 단지 바이러스 속도를 늦출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환자는 400명, 사망자는 12명이었다.

한편 중동 확산의 중심지로 평가되는 이란의 확진환자는 139명, 사망자는 19명이었다. 이날 이란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과 조지아에서 첫 확진환자가 나왔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20-02-2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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