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허위조작정보를 알면서 보도해 시청자 우롱한 PD수첩

[사설] 허위조작정보를 알면서 보도해 시청자 우롱한 PD수첩

입력 2020-02-14 21:24
수정 2020-02-1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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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사교양프로그램인 ‘PD수첩’이 서울 시내 약 9억원대 아파트를 매입한 20대를 무주택자인 것처럼 조작해 인터뷰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PD수첩은 지난 11일 방송에서 ‘2020 집값에 대하여 3부’편을 방송하면서 서울 용산구에 전세로 거주하는 20대 여성 김모씨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 집을 샀으면 1억 2000만원이 올랐을 텐데”라는 김씨의 말을 담았다. 김씨가 ‘전세 거주자’로 등장해 ‘집을 사지 못해 후회하는 무주택자’처럼 방송에 내보냈다.

하지만 방송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단체대화방 캡처를 통해 김씨가 사실은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매매가 9억원대 아파트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PD수첩은 하루 만에 사과했다. 특히 제작진이 김씨가 전세 거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도 인터뷰내용을 편집해 방영한 것으로 알려져 더 충격을 주었다.

PD수첩은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과 관련한 보도에서 ▲당시 주저앉는 소들을 광우병에 걸렸고 ▲한 미국인이 광우병으로 사망했으며 ▲한국인이 유전자와 광우병에 걸린 확률에 관한 내용 등이 모두 허위사실로 판명되었으나 2011년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보도한 주요 내용이 허위사실이지만, 국민의 관심사인 먹을거리와 관련한 정책에 대해 보도한 것이 공공성이 있다고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모씨의 사례처럼 허위조작된 정보라는 사실을 알고 보도하는 행위는 ‘공공성 있는 보도’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PD수첩의 이러한 조작 행위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는 언론의 기본 취재윤리를 어긴 것이다.

한때 우리사회의 부조리한 면들을 고발해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PD수첩이 잇따라 조작 논란에 휘말리면서 프로그램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MBC는 제작자 징계와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신속하게 내린 뒤 이를 시청자에게 알려야 한다. 방송통신심사위원회도 왜곡·조작 방송에 대한 엄정한 제재 결정을 내려 시청자를 우롱한 MBC 행태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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