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밥상머리에 이 반찬들 올리면 싸움 납니다

입력 : ㅣ 수정 : 2020-01-2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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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 밥상머리에서 결혼과 취업, 성적은 ‘금칙어’다. 심각한 명절 증후군마저 낳을 수 있는 지뢰밭을 피하자면 결국 답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거기에도 갈등의 씨앗은 숨어 있다. 설 연휴를 앞둔 23일 자칫 불화를 낳을 수 있어 유의해야 할 5대 주제를 정리해 봤다.

●“정권 심판” vs “야당 심판”… 총선 D-80

설날인 25일이면 총선까지 80일이 남는다. 여야는 줄줄이 영입 인재와 공약을 발표하고 공천관리위원회 구성도 끝냈다. 설 이후 본격적인 공천 심사를 시작해 격전지 대진표도 차차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귀성하는 기차역·터미널에서 제일 먼저 예비후보들을 맞닥뜨리게 되니 어른들이 앉은 ‘헤드테이블’에는 선거가 화제로 오를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심판’을, 자유한국당이 ‘정권심판’을 외치는 등 심판론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여기다 보수통합, 물갈이 공천, 안철수 전 의원의 귀환 등 안줏거리가 무궁무진하다.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민주당, 한국당을 대변하고 고모가 안 전 의원 편을 들면 순식간에 고향집이 여의도 정치판으로 변할 수 있으니 선을 지켜야 하겠다.

●‘수저계급론’에서 ‘아빠 찬스’ 논란으로

명절마다 고향땅 밟기가 힘든 ‘흙수저’ 청년들의 얘기가 다뤄졌지만 이번에는 ‘아빠 찬스’ 논란까지 더해졌다. 풍성해야 할 명절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처한 팍팍한 현실에 관한 주제도 밥상머리를 피해 갈 수는 없다.

조국 전 장관 가족에 이어 이날 불출마로 결론 났지만 문희상 국회의장과 아들 석균씨의 ‘세습 공천’ 논란이 떠오른 터라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에 대한 격정적 토론이 벌어질 수 있다. 취업 준비로 몇 년째 설을 같이 못 쇠는 손주·조카 얼굴이 떠오르면 분위기가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공정 사회에 대한 토론이 가열되면 “아버지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느냐”, “누구는 부모 잘 만나 명절에 해외여행 간다더라”는 격한 발언까지 나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수사 방해” vs “검찰이 너무해”

나라 돌아가는 걱정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최근 검찰 인사와 청와대 수사 소식은 연휴 동안에도 뉴스는 물론 유튜브 콘텐츠 등으로 계속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주제가 밥상에 올라오는 순간 유튜브 ‘유시민의 알릴레오’ 애청자인 할아버지와 ‘신의한수’ 팬인 삼촌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흘러갈 게 뻔하다. 이날 조 전 장관 가족 사건과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등을 수사지휘한 차장검사 3명이 싹 교체됐다. 한쪽에서는 “이러면 정권 수사를 어찌하느냐”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요란을 떨었지만 성과가 없는 검란(檢亂)”이라는 여당 주장에 동조할 수 있다.

●“강남 집 죄인인가” vs “투기 말자는 의미”

무슨 대화를 시작해도 결국 ‘강남 집값이 얼마라더라’는 부동산 얘기로 끝난다는 요즘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대책이 18번이나 나왔지만 강남 집값은 잡지 못했다. 대출 규제, 세금 강화 등 역대급 규제책이라는 ‘12·16 대책’ 이후 논란은 더 거세다.

“30년 일해 강남에 집 한 채 샀는데 ‘보유세 폭탄’을 맞았다”고 서울 형님네가 푸념을 늘어놓으면 동서 중 누군가 “서민들 위해 분양가 낮추고 대출 막아서 투기꾼 잡자는데 뭐가 문제냐”고 대거리를 할 수 있다.

●정시 확대 vs 수시 확대

교육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똑같이 수험생을 둔 부모라고 해도 강남 사는 둘째와 고향 땅을 지키는 첫째가 핏대를 올릴 수 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 40% 확대’ 카드를 전격적으로 내밀었다. 정시 확대 발표가 조 전 장관 딸의 대입 부정 의혹에 대한 비난이 절정이었을 때 나왔다는 점에서 배경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둘째는 수능에 기반한 정시 확대가 공정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첫째는 수능도 사교육을 많이 받는 강남 사는 둘째네만 유리하다며 한숨을 쉴 수 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20-01-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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