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지급 공익운동” “신상 공개는 명예훼손”

입력 : ㅣ 수정 : 2020-01-1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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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에 선 ‘배드파더스‘
두 아들의 엄마 홍모(47)씨가 지난해 8월 무렵 양육비를 미지급하고 있는 전 배우자가 다녔던 교회 앞에서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씨의 전 배우자의 사진과 신상정보도 ‘배드파더스’에 게재돼 있다. 홍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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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아들의 엄마 홍모(47)씨가 지난해 8월 무렵 양육비를 미지급하고 있는 전 배우자가 다녔던 교회 앞에서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씨의 전 배우자의 사진과 신상정보도 ‘배드파더스’에 게재돼 있다.
홍씨 제공

양육비 미지급자 사진 등 온라인 게재
신상 밝혀진 5명, 사이트 관련자 고소
배드파더스측 “113건 해결 이끌어내
비방 목적 없고 아동생존권 위한 행위”


“전남편한테 양육비를 달라 하니 ‘와서 무릎 꿇고 빌면 줄게’라고 하더군요.”
 14일 수원지방법원 204호에서 열린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손모씨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방청석 곳곳에서도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씨는 “가정폭력 가해자인 남편은 월 6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은 이행하지 않으면서 상인회 총무 자격으로 구청장과 사진을 찍고 지역구에서 주는 모범상을 받았다”면서 “외제차를 몰고 다니고 불우이웃돕기를 하면서도 딸에 대한 책임은 나 몰라라 했다”고 말했다. 손씨는 ‘배드파더스’(양육비를 안 주는 아빠들)에 남편의 사진과 정보를 제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배드파더스는 2018년 7월 중순 처음 문을 열었다. 법원 판결에도 양육비를 주지 않는 비양육자 부모들의 사진과 이름 등이 게재된 인터넷 사이트다. 배드파더스에 올라와 있는 양육비 미지급 부모는 모두 113명(남성 99명·여성 15명)이다.
 이날 법정에서는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이창열)의 심리로 배드파더스 운영자의 대리인으로 제보를 받은 구본창(56)씨와 양육비를 미지급한 전 배우자를 제보한 뒤 이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한 전모(33)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국민참여재판은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재판을 말한다.
 검찰은 2018년 9월 양육비 미지급자 5명의 고소에 따라 구씨가 양육비를 미지급한 부모들의 정보를 온라인에 올리면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했다고 봤다. 두 사람에게 벌금 300만원의 약식기소를 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사건을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재판을 개시했다.
 구씨와 전씨 측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주장했다. 개인정보를 올린 것은 맞지만 ‘비방’의 목적이 없어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아동 생존권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 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유사 혐의로 제기된 10여건의 소송이 모두 불기소 처분 등으로 마무리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사이트 폐쇄 요구에 대해 ‘공익성이 인정된다’며 거부한 것도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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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씨는 “배드파더스로 양육비를 받게 된 사례가 113건에 이른다”면서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받는 100만명의 아이들은 누가 책임져야 하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법정에는 배드파더스에 신상이 밝혀진 3명이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이 중 손씨의 전남편을 포함한 2명은 출석하지 않았다. 전씨를 고소한 전 배우자가 출석했으나 피고인과 대면을 원치 않는다며 비공개 증언을 요청했고, 이를 재판부가 수용하면서 방청객들은 두 시간 가까이 법정 출입이 제한됐다. 방청객들은 “본인의 초상권이 그렇게 중요하면서 아이들의 삶은 돌보지 않았냐”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평결 내용을 참고해 구씨와 전씨의 유무죄를 선고한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78.8%의 한부모가족이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못 받고 있다. 현행법상 양육비 지급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때 이를 강제할 조항이 사실상 없어서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2020-01-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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