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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영철, 트럼프 경고에 “우리는 더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들”

北 김영철, 트럼프 경고에 “우리는 더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들”

서유미 기자
서유미, 한준규 기자
입력 2019-12-09 18:14
업데이트 2019-12-0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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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시한 앞두고 북미 강대강 말폭탄

김영철 “트럼프에 대한 인식 달라질 수도”
안보리
北인권 토론 반전 모멘텀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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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중대 시험’ 전후
北 ‘중대 시험’ 전후 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지난 7~8일 북한 서해위성발사장의 ‘중대 시험’ 전후를 촬영한 모습. 시험 전 모습인 왼쪽 사진과 달리 시험 후 모습이 담긴 오른쪽 사진에서는 시험대 옆(원 안)으로 엔진시험 때 가스가 분출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엿보인다. 왼쪽 사진에 있던 차량과 물체도 일부 사라졌다. 미국 핵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 비확산센터 소장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해당 사진을 공개했다. 제프리 루이스 트위터 캡처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임박한 가운데 양측이 협상 결렬 이후까지 염두에 둔 듯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특히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었던 ‘톱다운 방식’을 가능케 했던 북미 정상 간 신뢰마저 흔들리는 모양새다.
 북한 강경파를 대표하는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위원장은 9일 담화문에서 “우리는 더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라며 “이렇듯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트럼프(대통령)를 ‘망녕 든 늙다리’로 불러야 할 시기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전날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뒤 불과 14시간여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김정은(북한 국무 위원장)은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게 너무 많다.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자 보란 듯 맞대응에 나선 셈이다.
‘하노이 노딜’ 책임에 따른 ‘강제 노역설’이 나왔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붉은 원)이 지난 6월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개막공연장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하노이 노딜’ 책임에 따른 ‘강제 노역설’이 나왔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붉은 원)이 지난 6월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개막공연장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또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트럼프에 대한 우리 국무위원장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영철 위원장의 입을 빌어 경고를 보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직함 없이 ‘트럼프’라고 지칭하고 ‘참을성 잃은 늙은이’ 등 인신공격성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앞서 “또다시 대결분위기를 증폭시키는 표현을 쓴다면 늙다리의 망녕이 다시 시작된 것”이라고 한 지난 5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발언보다 무게를 더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협상 재개는커녕 ‘강대강’의 대치가 점증되면서 지난 2년간 이어져 온 비핵화 협상이 파국을 맞고 2017년으로 ‘한반도 안보시계’가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북한의 잇단 초강수가 미국을 압박해 양보를 얻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실제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어차피 북한이 임의로 설정한 연말 시한인 만큼 개의치 않고 이후에도 협상을 열어둘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전처럼 열의를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명분을 축적해 협상 결렬의 책임을 북측에 돌리려는 의도도 읽힌다.
 다만 북미가 ‘판’을 완전히 깨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예컨대 북한이 ICBM을 쏘기보다는 위성발사를 통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함으로써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길’을 강조하면서도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성발사도 대북 제재 위반에 해당하지만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넘어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는 역설적으로 ‘아직 늦지 않았으니 새 계산법을 가져오라’는 촉구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격돌의 초침을 멈춰 세울 의지와 지혜가 있다면 진지한 고민과 계산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중략)…더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고 말한 것도 아직 협상의 문이 닫히지 않았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물론, 최소한의 상황 관리가 되려면 협상의 모멘텀을 이어 갈 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외교가에서는 10일쯤 열릴 예정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인권 토론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이 크게 반발했던 인권 토론은 무산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순 한국 방문을 조율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겸 대북특별대표가 북측과 접촉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서울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9-12-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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