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은 “세계 평화·헌법 준수” 선언했는데… 아베는 ‘개헌 정치쇼’ 과시

입력 : ㅣ 수정 : 2019-10-2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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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 즉위… 해외사절단 2000명 참석
새 일왕에 만세삼창하는 아베  아베 신조(앞) 일본 총리가 22일 도쿄 지요다구 왕궁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의식에서 일왕을 향해 즉위를 축하하며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도쿄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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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일왕에 만세삼창하는 아베
아베 신조(앞) 일본 총리가 22일 도쿄 지요다구 왕궁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의식에서 일왕을 향해 즉위를 축하하며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도쿄 AP 연합뉴스

아베, 50개국과 연쇄 회담 등 외교 독차지
“아베 위한 최대규모 국가 이벤트로 전락”


나루히토 일왕이 22일 도쿄 지요다구 왕궁에서 즉위의식을 갖고 자신이 일본의 제125대 국왕이 됐음을 국내외에 공식 선언했다. 지난 5월 부친 아키히토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지 약 6개월 만이다.

그는 아베 신조 총리 등 일본 주요 인사와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해외 사절단 등 약 2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의식에서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항상 바라며 국민들에게 다가서고 헌법에 따라 일본 및 일본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의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행사는 나루히토 일왕이 단상에 올라 즉위 선언을 하고 아베 총리가 국민대표로 축하인사를 전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저녁에는 각국 사절단 등 400여명이 참석하는 만찬행사가 나루히토 일왕 주재로 열렸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가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지나치게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음달 20일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달성하게 되는 그는 이번 국가적 행사를 통해 자기 존재감을 한껏 키우고, 나아가 궁극의 목표인 ‘헌법 개정’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만세 외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오후 1시24분께 도쿄 왕궁의 정전인 마쓰노마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2019.10.22  산케이신문 대표 촬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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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세 외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오후 1시24분께 도쿄 왕궁의 정전인 마쓰노마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2019.10.22
산케이신문 대표 촬영 연합뉴스

그는 지난 4일 국회 연설에서 “(헌법 개정을 다루는) 헌법심사회를 통해 ‘레이와’(나루히토 일왕 연호)의 일본이 지향하는 국가의 이상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새로운 일왕 시대가 명실상부하게 열리는 만큼 개헌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에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은 “천황(일왕) 대물림과 헌법 개정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반박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행사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과 쉴 새 없이 연쇄 회담을 갖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외교역량 과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는 25일까지 50여개국 대표를 만날 예정이다. 결국 행사의 주인공은 나루히토 일왕이지만, 이를 둘러싼 모든 정치적·외교적 행위의 핵심적 위치는 아베 총리가 독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왕 즉위식 마사코(雅子) 일본 왕비가 22일 전통의상을 입고 즉위식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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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왕 즉위식
마사코(雅子) 일본 왕비가 22일 전통의상을 입고 즉위식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아베 정권은 국민들의 들뜬 분위기가 헌법 개정 추진 외에도 서민경제 부진, 성과 없는 외교 등 실정이 부각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정권의 안정기반을 다지는 데 더할 나위 없는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베를 위한 최대 규모의 국가적 이벤트’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가운데 현 상황들이 ‘천황은 국정에 관한 권능을 갖지 않는다’는 헌법 4조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19-10-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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