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 찬바람에 ‘탁’ 막히는 동맥… 2시간 안에 응급실 찾으세요

입력 : ㅣ 수정 : 2019-10-14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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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인사이드] 환절기 심·뇌혈관 질환 주의보 발령
찬 공기 노출되면 혈압 올라 심장 과로
심근경색·뇌졸중 연결… 중년 돌연사↑
뇌 특정 부위 손상 땐 반신마비 올 수도
노인 새벽운동 금물… 체중 줄이면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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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자가 증가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상승해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등 심혈관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13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10년(2008~2017년)간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과 일교차가 큰 3월과 10월에 많았다.

찬 공기에 갑자기 노출되면 인체를 흥분시키고 긴장하게 하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이러면 말초 동맥이 수축하고 혈관 저항이 상승하면서 혈압이 올라 심장이 과로하게 된다. 심혈관이 막힐 확률도 높아져 동맥경화증,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비만, 심혈관 질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주의해야 한다. 심혈관 질환은 환절기에 찾아오는 가장 위험한 질환 중 하나이며, 40~50대 돌연사의 주범이기도 하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혈관이 완전히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증은 예고 없이 찾아오며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50%는 건강하던 사람이고 나머지 50%가 협심증 등의 증상이 있는 환자”라며 “어떤 환자는 수일 전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는데도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응급실을 찾았다”고 말했다. 누구든 예상치 못한 불운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하는 일이 흔하다. 무사히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더라도 사망률이 5~1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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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 질환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관상동맥에 동맥경화증이 발생해 혈액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 해당 부위가 손상돼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의 심혈관 질환이 생긴다. 몸을 별로 움직이지 않을 때는 심장이 펌프 기능을 열심히 하지 않아도 돼 관상동맥 일부가 좁아지더라도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흥분하거나 심한 운동을 하면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태를 ‘심장 허혈’이라고 하며, 가슴까지 아프면 협심증이라고 한다.

심근경색은 동맥경화증으로 좁아진 혈관에 혈전(피가 응고된 덩어리)이 생겨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히는 병으로, 자칫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식은땀이 나고, 말도 하지 못할 정도의 죽을 것 같은 통증이 30분간 지속된다. 동맥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동맥경화증이 있는 사람도 심혈관이 잘 막힐 수 있다. 당뇨 환자도 예외가 아니다. 당뇨 자체가 혈관을 수축시키는 데다 당뇨로 인해 혈관에 노폐물이 많이 쌓여 혈관이 막힐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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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은 여름에 떨어졌다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1월에 급상승해 수축기 혈압이 여름보다 7㎜Hg, 이완기 혈압이 3㎜Hg 정도 올라가게 된다. 동맥경화증 합병증도 더 자주 발생하며, 특히 새벽 찬바람에 노출되면 혈압이 순간적으로 상승해 심근경색 등으로 치명적인 상태가 될 수 있다.

심장 돌연사는 사전에 아무런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개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 심계항진 등의 전조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찬바람을 쐴 때 가슴이 뻐근하고 두근거리거나 가벼운 운동을 했는데도 가슴이 쥐어짜듯 답답하고 눌리는 듯한 통증이 있다면 심혈관 이상 신호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호흡곤란, 식은땀, 구토, 현기증 등이 나타나면 심근경색 전조 증상을 의심해야 한다. 서둘러 가장 가깝고 큰 병원을 찾아야 돌연사를 막을 수 있다.

뇌졸중 역시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발생하는 질환이다. 세계적으로 매년 1500만명 정도의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며 이들 중 600만명이 사망한다. 통계청의 ‘2018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사망 원인 1위가 암, 2위가 심장 질환, 4위가 뇌혈관 질환이다. 2018년에도 10만명당 62.4명이 심장 질환으로, 10만명당 44.7명이 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했다. 뇌혈관 이상도 동맥경화가 원인이다. 고혈압, 당뇨, 흡연 등으로 혈관 벽에 지방성분과 염증세포 등이 쌓여 동맥경화가 생긴다. 동맥경화는 혈관을 좁게 만들어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혈전이 갑자기 혈류 흐름을 차단해 뇌 손상을 유발한다. 부정맥이 있거나 심장판막에 이상이 있는 경우 심장에서 생긴 혈전이 부스러지면서 뇌혈관을 막는 일도 있다. 혈관 벽이 막히면 뇌경색, 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 온다. 나이가 들면 고혈압이 없더라도 혈관 벽이 약해져 잘 터질 수 있다.

뇌졸중으로 뇌가 손상되면 손상 부위에 따라 뇌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지나치게 증가해 다양한 이상 증상이 생긴다. 오른쪽 뇌는 왼쪽 팔다리의 움직임을, 왼쪽 뇌는 오른쪽 팔다리 움직임을 관장하는데, 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되면 반신마비가 올 수 있다. 발음이 어둔해지는 발음장애가 팔다리 마비와 함께 올 수 있으며, 얼굴 한쪽의 근육이 약해지면 약해진 쪽으로 입이 돌아가는 안면마비가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왼쪽 뇌의 언어중추가 손상되면 정신은 멀쩡하고 발음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데도 말을 전혀 이해 못 하는 실어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밖에 시야 장애,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복시, 마비는 없지만 손발이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아 심한 경우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걷게 되는 운동실조, 어지럼증, 의식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를 가능한 한 빨리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다. 그래야 뇌 손상 정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

뇌졸중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으면 먼저 응급구조대에 연락한 뒤 편안한 곳에 눕히고, 호흡과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몸을 압박하는 의복 등을 풀어 줘야 한다. 또 폐렴이 발생하지 않도록 입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고, 환자가 구토하면 고개를 옆으로 돌려 이물질이 기도로 흡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적정한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최적시기)은 심근경색 2시간 이내, 뇌졸중 3시간 이내다. 최대한 빨리 재관류 요법(막힌 혈관을 다시 흐르게 뚫어 주는 것)을 받으면 발병하기 전과 같은 정상 수준이나 장애를 거의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 상태까지 호전될 수 있다.

권순억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동맥 내 혈전제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일부 뇌졸중 전문 치료시설을 갖춘 병원에서는 혈전이 주요 동맥을 막아 뇌경색이 발생한 경우 직접 혈전을 제거하는 시술을 하고 있다”며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큰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혈전제거술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환절기 불청객인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보온에 신경써야 한다. 아침 운동을 하기 전이나 잠시 현관 밖을 나설 때도 옷을 잘 챙겨 입어야 한다. 특히 얇은 실내복 차림으로 문밖에 나서거나 목욕 후 머리가 젖은 채로 바깥 활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또한 심장 질환이 있는 환자나 노인은 추운 날 새벽 운동을 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혈압은 아침에 오르기 때문에 새벽보다는 오후에 운동하는 게 좋다.

날이 추울수록 술과 담배는 멀리해야 한다. 술을 과음하면 혈관이 팽창했다가 추운 날씨로 다시 수축하면서 혈압이 심하게 오를 수 있다. 담배를 피워도 동맥경화가 악화하고 말초 혈관이 수축한다. 여기에 추운 날씨까지 겹치면 심장과 혈관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추운 곳에 오래 머물다 갑자기 따뜻한 곳으로 갈 때도 신체 움직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비만인 사람은 몸무게도 줄여야 하는데, 몸무게를 10㎏ 줄일 때마다 혈압이 5~20㎜Hg 떨어진다고 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9-10-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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