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한국사회와 마주서다

입력 : ㅣ 수정 : 2019-09-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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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개막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놓치면 안 될 한국작품 다섯 편
명실상부 한국 대표 다큐멘터리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20~27일 경기 파주시와 고양시 일대에서 열린다. 전체 11개 프로그램 가운데 특히 특별전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지형도: 한국다큐멘터리 50개의 시선’을 주목할 만하다. 1982년부터 올해까지 제작한 모든 한국 다큐멘터리를 대상으로 비평가와 기자 50명이 55편을 선정하고, 영화제에서 이 가운데 10편을 골라 상영한다. 이승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래머가 10편 가운데 5편을 또 추렸다.
20~27일 열리는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선보이는 한국다큐 5편은 한국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면서 미래를 이야기한다. 사진은 ‘팬지와 담쟁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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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7일 열리는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선보이는 한국다큐 5편은 한국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면서 미래를 이야기한다. 사진은 ‘팬지와 담쟁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장애인 아닌 사람으로서의 욕망

계운경 감독의 ‘팬지와 담쟁이’(2000)는 장애인 자매 수정과 윤정의 삶과 꿈을 다룬 영화다. 서른여섯 살 수정은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곧 헤어진다. 자신의 아이를 낳아 아름다운 세상을 꼭 보여 주고 싶다는 이들은 좌절하지 않고 다시 사랑을 꿈꾼다. 지난해 12월 극장 개봉한 장혜원 감독의 영화 ‘어른이 되면’과 같은 장애인 다큐멘터리 영화의 모태로 꼽힌다. 이 프로그래머는 “카메라가 자매 곁에서 일상을 함께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오롯이 듣는다. 장애인을 연민이나 동정의 시선으로 보지 않고 우리와 같은 욕망을 지닌 사람임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20~27일 열리는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선보이는 한국다큐 5편은 한국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면서 미래를 이야기한다. 사진은 ‘애국자게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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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7일 열리는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선보이는 한국다큐 5편은 한국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면서 미래를 이야기한다. 사진은 ‘애국자게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20~27일 열리는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선보이는 한국다큐 5편은 한국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면서 미래를 이야기한다. 사진은 ‘미국의 바람과 불’.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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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7일 열리는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선보이는 한국다큐 5편은 한국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면서 미래를 이야기한다. 사진은 ‘미국의 바람과 불’.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20~27일 열리는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선보이는 한국다큐 5편은 한국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면서 미래를 이야기한다. 사진은 ‘우리들은 정의파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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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7일 열리는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선보이는 한국다큐 5편은 한국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면서 미래를 이야기한다. 사진은 ‘우리들은 정의파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좌우로 갈린 시대… 애국심이란 무엇인가

‘애국자게임’(2001)은 국민 통합의 근간이 되는 ‘애국심’에 일침을 가한다. 애국이 무엇인지, 애국의 원동력은 무엇인지 그 답을 찾고자 경순·최하동하 감독이 박홍 서강대 명예총장, 이도형 ‘한국논단’ 발행인, 축구해설자 신문선, 사회운동가 홍세화, 시인 박노해 등 100여명을 3년 동안 인터뷰했다. ‘태극기부대’로 불리는 극우·보수단체를 비롯해 현재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애국자들의 실체를 접할 수 있다.

●우리 사회 깊숙이 박힌 ‘미국’이라는 존재

태극기부대 집회에서 늘 보이는 건 태극기와 함께 나부끼는 미국 성조기다. DMZ다큐영화제에서도 ‘에국자게임’과 연계해서 볼만한 작품이 ‘미국의 바람과 불’(2011)이다.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미국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돌아본다. 김경만 감독은 한국 초기 기록영화와 대한뉴스, 미국선정영화, 공보처 영상 등 기록필름을 조합해 전혀 다른 맥락을 만들어 낸다. 한국전쟁부터 이승만 정권을 거쳐 오늘 트럼프 시대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우리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한다.

●핍박의 세월 견딘 최초의 여성노조

억압받은 여성의 이야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혜란 감독의 ‘우리들은 정의파다’(2006)는 한국 근현대사의 토대가 된 노동자, 특히 핍박의 역사를 지나온 여성 노동자에게 시선을 둔다. 최초로 여성노조를 탄생시킨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하루 14~15시간 일해도 남성 노동자 임금의 반도 안 되는 일당 70원을 받은 여성 노동자들. 남성 관리자들의 인격적인 모독과 폭력, 성희롱을 견디다 못해 어용노조를 뒤엎고 최초 여성 지부장과 여성 집행부를 일궈 낸다. 그러나 이젠 정부까지 나서 기업·어용노조와 폭력, 협박으로 이들을 탄압한다. 이 프로그래머는 “사건의 개요나 의미, 왜 그랬는지보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 한 명 한 명을 비추며 결국 그들이 우리들의 누나였고, 언니였음을 보여 준다”고 소개했다.
20~27일 열리는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선보이는 한국다큐 5편은 한국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면서 미래를 이야기한다. 사진은 ‘자, 이제 댄스타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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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7일 열리는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선보이는 한국다큐 5편은 한국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면서 미래를 이야기한다. 사진은 ‘자, 이제 댄스타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낙태는 죄인가… 그녀들의 목소리로 듣는다

조세영 감독의 ‘자, 이제 댄스타임’(2013)은 낙태를 다뤘다. 2009년 한 산부인과 의사 단체가 낙태를 시술한 병원과 동료 의사들을 고발하는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그러나 그곳에 정작 여성들의 목소리는 없었다. 몇 년 뒤 ‘당신의 목소리가 듣고 싶습니다’란 웹자보를 본 여성들이 카메라 앞에 선다. 쉬쉬하며 낙태를 했던 많은 여성은 초반 모자이크 처리됐다가 어느 순간 제 모습을 드러낸다. 이 프로그래머는 “최근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과 연동해 보면 좋겠다. 여전히 생생한 이슈여서 지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 다큐멘터리의 태생 자체가 일반 방송이 다루지 않던 소재를 사회성 짙게 표현한 데서 출발했다. 다섯 작품 모두 한국을 다시 볼 수 있는 시선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9-09-1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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