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자산·학력이 만든 ‘신분 격차’…불공정한 출발선에 분노했다”

입력 : ㅣ 수정 : 2019-09-1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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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청년 11명·조국 1시간여 대담
구의역 사망 김군 친구·건설노동자 등
2030 진솔한 속내 쏟아내며 울먹이기도
“채용비리에 좌절” “교육·입시 무너져”
“특목고 폐지·공정한 입시 방안 마련을”
자녀 논란은 묻지 않아… 曺 주로 경청
曺 “혜택받은 층… 실망드린 점 인정”
공정·정의·희망 사다리 전달 조국(앞줄 오른쪽 세 번째)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청년단체 청년전태일 김종민 대표 등 10명과 함께 비공개로 개최한 대담 자리에서 ‘공정·정의·희망 사다리’라고 적힌 사다리를 들어 보이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청년전태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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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정의·희망 사다리 전달
조국(앞줄 오른쪽 세 번째)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청년단체 청년전태일 김종민 대표 등 10명과 함께 비공개로 개최한 대담 자리에서 ‘공정·정의·희망 사다리’라고 적힌 사다리를 들어 보이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청년전태일 제공

“청년들은 부모의 자산에 따라 기회가 달라지고, 태어날 때 삶이 결정되는 이 사회에 분노한 겁니다.”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비공개로 만난 시민단체 ‘청년전태일’의 김종민 대표는 대담 전 젊은 세대의 감정을 이렇게 전했다. 논란 끝에 조 장관이 임기를 시작했지만 자녀의 특혜 의혹 앞에 마음을 다친 청년층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은 모습이었다. 조 장관이 향후 얼마나 진정어린 행보를 보일지가 중요해 보인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쯤 진행된 비공개 대담에서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들의 진솔한 얘기가 쏟아졌다. 대담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사망자 김모군의 친구들, 특성화고 졸업생, 지방 4년제 대학 출신 무기계약직 치료사, 청년 건설노동자, 코레일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등 11명이 참석했다. 앞서 청년전태일 측은 지난달 29일 당시 후보자 신분이던 조 장관에게 공개 대담을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가 장관 취임 뒤 법무부가 역재안해 성사됐다. 조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저희 가족은 우리 사회에서 혜택받은 층에 속한다. (논란에 대해) 합법, 불법을 떠나 많은 분들께 실망을 드린 점을 겸허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후 조 장관은 주로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9.11 법무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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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9.11
법무부 제공

참가자들은 ‘신분 격차’ 탓에 취업시장에서 얼마나 어려움을 겪는지 조 장관에게 전했다. 임선재 서울교통공사 노조 PSD지회 지회장은 “이날 한 참석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조 장관에게 전하며 울먹거리기도 했다”고 대담 분위기를 전했다. 강원랜드에서 몇 년간 아르바이트하며 신규 채용에 지원했는데 매번 떨어졌고, 이후 채용비리가 터지는 것을 보고 좌절했다는 얘기다. 이날 대담에 참석한 건설노동자인 서원도(32)씨도 “특성화고연합회에서 ‘고졸’이라는 멍에에 대해서 조 장관에게 오래 얘기했고, 돈 때문에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얘기도 전했다”고 말했다.

계급 간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할 교육·입시제도가 무너져버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조 장관에게 특목고 폐지와 공정한 입시 제도 마련, 학력에 따라 차별받지 않는 근본적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참석자들은 임명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조 장관의 자녀 문제는 직접 묻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전태일 측은 이날 ‘공정·희망·정의’를 뜻하는 사다리 3개를 상징물로 들고 가 조 장관과 만났다. 조 장관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도 모아 대담 때 법무부 측에 함께 전달했다. 김 대표는 “조 장관이 이 만남을 면피용으로 사용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조 장관 스스로 약속한 ‘젊은 세대들이 저를 딛고 오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지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9-09-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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