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문고리’ 웨스터하우트 갑자기 물러난 이유

트럼프의 ‘문고리’ 웨스터하우트 갑자기 물러난 이유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8-31 07:45
수정 2019-08-3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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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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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개인 비서인 매들레인 웨스터하우트(29)가 갑작스럽게 타의에 의해 물러났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취임 첫날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게이트키퍼’(문지기) 역할을 해온 웨스터하우트의 퇴직은 예상하지 못한 일로, 그가 기자들과 만나 백악관 내부 이야기를 발설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는 뉴저지주 버클리 하이츠의 한 호텔에서 술을 마시며 이달 초 뉴저지주에서 휴가를 보낸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이 아주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떠벌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CBS 뉴스는 전했다.

백악관에서 ‘행정보좌관’(executive assistant)이란 직함을 갖고 있는 웨스터하우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여름 휴가에 동행했던 기자들과 지난주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마련된 저녁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 가족이나 자신이 참여한 백악관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부주의하게 발설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가 밝혔다.

CNN 방송은 웨스터하우트가 기자들과 만났을 때 자신의 발언이 오프더레코드라는 말을 하지 않았고, 이 자리에 있던 기자가 들은 이야기를 백악관 직원에게 옮기면서 트럼프 대통령에의 귀에까지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또 대통령에 접근하려는 방송 기자와 가십 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웨스터하우트의 이런 행동은 ‘배임’에 해당하기 때문에 곧바로 해고된 것으로 간주된다고 NYT는 전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물음에 백악관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으며, 웨스터하우트 역시 NYT의 이메일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트럼프 타워에 입주해 있을 때의 메들레인 웨스터하우트. AFP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트럼프 타워에 입주해 있을 때의 메들레인 웨스터하우트.
AFP 자료사진
헬스 트레이너 출신인 웨스터하우트는 지난 대선 때 케이티 월시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비서실장의 보좌관으로 일했으며, 월시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입성하면서 덩달아 백악관에 발을 들였다. 웨스터하우트는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트럼프 타워에 사무실을 차렸을 때 주요 인사들을 안내하는 모습이 노출되면서 ‘손님맞이 아가씨’(greeter girl)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백악관에서도 늘 웨스트윙의 오발 오피스 앞 문을 지키는 것은 그였다.

NYT에 따르면 웨스터하우트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소식에 울었다는 소문 등이 있어 트럼프 대통령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보고, 초기에는 경계심을 갖고 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백악관 관계자는 CNN에 트럼프 대통령이 웨스터하우트와 가깝게 지내지만, 대통령 가족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밖에서 한 것은 ‘선을 넘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직 관계자와 동일 인물일 것으로 보이는 이는 CBS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에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을 노리고 접근하는 이들의 스파이였으며 대통령을 헐뜯으려는 이들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의 연봉은 14만 5000달러(약 1억 7500만원)였다.

NYT에 따르면 개인 인스타그램 페이지에다 백악관 생활이나 대통령과 여행한 사진들을 많이 올려놓았다. 한 글을 통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공적 행사에 들고 나가는 서류 뭉치를 자신이 출력하는 것에 대해 농담을 늘어놓기도 했다.

유명 기자 밥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과 인터뷰를 추진하는 과정에 켈리앤느 콘웨이처럼 더 유명한 참모들을 통과하기 쉽지 않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는데 대통령이 “매들레인이 비밀의 키를 쥐고 있다”고 말하더라고 얘기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종종 “우리 예쁜이(my beauty)”라고 불렀다고 CBS는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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