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여론조사의 함정/황성기 논설위원

입력 : ㅣ 수정 : 2019-05-22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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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의사표시이자 의회민주주의의 기초다. 정치는 끊임없이 여론을 통해 자기를 확인하며 변모한다. 여론 확인의 가장 간단하고 신속한 방법이 여론조사다. 여론조사 결과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며, 정파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그래서 늘 공정성, 신뢰성 시비에 휘말린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가 1.6% 포인트로 좁혀졌다가 그다음 주에는 격차가 13.1% 포인트로 벌어지자 두 정당 모두가 공격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앞둔 4개 언론사 조사(조사기관은 한국리서치, 코리아리서치, 칸타코리아 등)에서 두 당의 지지율 격차는 12~19% 포인트였다. 이런 여론의 추이를 보면 9일의 리얼미터 조사에 의문을 가질 법하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억울하단다. 조사 기준, 방식을 바꾸지 않는 정점(定點) 관측이므로 “사실과 다르다”는 민주당이나, “권력자 말에 결과가 달라진다”는 한국당 주장은 있을 수 없다는 항변이다. 리얼미터는 일부 보도가 회사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소송까지 나설 태세다. 리얼미터처럼 매주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와 정당 지지도를 발표하는 기관이 한국갤럽이다. 한국갤럽이 전화면접을 조사 방법의 주력으로 삼고 있다면, 리얼미터는 전화자동응답(ARS)이 주류다. 전화면접과 ARS 중 어느 쪽이 더 신뢰도가 높으냐는 해묵은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국갤럽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홍준표 한국당 대표 시절 곤욕을 치렀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후부터 최저 7%를 기록했으며, 민주당은 48%까지 치솟아 7배 가까운 지지율 격차를 보인 적이 있었다. 그러자 홍 전 대표는 조사가 잘못됐다면서 한국갤럽을 공격했다. 그러던 정당 지지율은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민주당 38%, 한국당 24%로 나타났다. 분명한 것은 민주당이 하락, 한국당이 상승 추세인 점이다. 단, 리얼미터 조사에서 한국당의 호남 지지율이 5월 9일 조사에서 평소보다 높은 22.7%를 기록한 대목은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마크 트웨인이 3대 거짓말을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통계’라면서 숫자로 나타나는 통계의 함정을 지적했듯 숫자로 표시되는 정치 여론조사 또한 미혹되기 십상이다. 여론조사의 성적표는 선거를 치르면 거짓 없이 나온다. 세계 11위의 7000억원 조사 시장을 놓고 수십 개 회사가 경쟁하는 한국이다. 여론조사 기관들이 정확도를 높이려고 노력해야 하듯 유권자들도 여론조사를 맹신하지 말고 그 결과를 제대로 읽고 즐길 줄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marry04@seoul.co.kr
2019-05-22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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