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공소시효 뒤집은 도가니 판례… 김학의·윤중천도 잡을까

입력 : ㅣ 수정 : 2019-05-2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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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단, 윤씨 구속영장에 강간치상 적시
2008년 후 상해 발생 땐 ‘강간’ 처벌 가능
도가니 때도 피해자 불안장애 상해 인정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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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공소시효 벽에 가로막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검찰이 돌파구로 꺼내 든 강간치상 카드가 법원에서 효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강간치상은 범행 피해로 인해 상해가 발생한 시점부터 공소시효가 계산된다. 범행 시점이 2007년이라 공소시효 문제로 특수강간으로 처벌을 할 수 없다 해도, 상해 발생 시점이 2008년 이후라면 강간치상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특수강간, 강간치상죄 모두 2007년 12월 21일을 기점으로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었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전날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강간치상 혐의를 앞세워 적시했다. 윤씨의 범죄 사실에는 2007년 11월 13일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김 전 차관과 함께 이모씨를 성폭행한 혐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씨가 2006년 중반 알게 된 이씨를 폭행·협박으로 저항하지 못하게 한 뒤 1년 넘게 김 전 차관 등과 성관계를 맺도록 강요해 이씨에게 정신적 상해를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최근 검찰에 2008년 이후 수년간 정신과 진료를 받은 기록을 제출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강간치상에서 상해는 피해자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리적 기능은 육체적 기능뿐 아니라 정신적 기능도 포함된다. 불안, 우울 장애 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도 상해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검찰도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하면서 영화 ‘도가니’로 유명한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을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도가니 사건과 관련, 인화학교 전 행정실장 김모씨는 2004년 즈음 지적장애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부족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2011년 영화가 개봉되고, 재수사가 이뤄졌다. 당시 강간죄 공소시효(7년)가 완성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경찰은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공소시효가 충분한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결국 김씨는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광주고법은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불안 장애가 이 사건 범행과 인과 관계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도 “강간치상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김 전 차관 사건에서도 범행과 정신적 상해 간 인과 관계 입증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첫 번째 고비는 22일 열리는 윤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구속수감 중인 김 전 차관을 재소환했으나 김 전 차관이 진술을 거부해 2시간여 만에 돌려보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9-05-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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