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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서거 10주기] “막하자는 거죠” 기득권과 맞짱 떴던 盧… 공수처 설립·검경 개혁은 아직 미완

[노무현 서거 10주기] “막하자는 거죠” 기득권과 맞짱 떴던 盧… 공수처 설립·검경 개혁은 아직 미완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19-05-21 23:06
업데이트 2019-05-22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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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 특권 철폐 어디까지 왔나

청탁금지법 등 권력 유착 옅어지는 계기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은 현재진행형

“이쯤 되면 막하자는 거죠?”(2003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12일 만인 2003년 3월 9일, 검찰 개혁 일성으로 마련된 대통령과 평검사들과의 맞짱 토론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당시 평검사였던 김영종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은 ‘정작 대통령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며 의혹을 제기했고, 노 전 대통령은 쿨(?)하게 응수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기득권 집단의 성역으로 여겨졌던 검찰 조직의 저항에 맞부닥쳤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날 대화에서 그의 파격적인 어법과 격의 없는 태도는 훗날까지 회자됐다.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자서전 ‘운명’에서 “노 전 대통령은 젊은 검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검찰총장 임기 보장 등) 인사 오해를 풀고 검찰 개혁 방안을 놓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길 원했다”면서 “그러나 젊은 검사들이 천편일률 인사 문제만 따져 물으며 목불인견이 됐다”고 회고했다.

참여정부 당시 검찰과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 주요 권력기관의 부패 및 불합리한 특권 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권력기관 개혁이 야심 차게 추진됐다. 노 전 대통령은 “특정기관의 독점적 권한을 나눠 반칙과 특권으로부터 각 기관이 주어진 역할을 책임 있게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수시로 강조했다고 한다. 권력기관과 정권의 유착도 사라져야 한다고 믿었다.

수사 개입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청와대와 검찰 사이 핫라인을 끊어버린 것도 참여정부 민정수석실이다.

국정원의 인권침해, 위법한 정보수집 활동에 대한 척결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노 전 대통령은 국정원의 ‘탈정치·탈권력화’를 위해 국정원이 정보영역 활동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믿었다. 이에 따라 국정원 직원의 관공서, 언론기관 상시출입이 금지됐다. 국정원의 대통령 주례 대면보고, 독대보고도 이 시절엔 사라졌다.

국세청의 표적성·보복성 세무조사가 정권 운용 수단으로 동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민관 합동 개혁이 이뤄졌다. ‘1회 접대비 상한 50만원, 기업 접대 범위에서 골프·유흥업소 제외’ 등이 시행됐는데, 현 청탁금지법의 시초가 된 셈이다.

이후 10년의 세월 동안 노 전 대통령이 뿌린 씨앗은 조금씩 싹을 틔웠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 부패, 권력유착은 투명한 시스템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통과된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및 부패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뜻을 이루지 못했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검경 개혁은 문재인 정부 들어 기본 틀이 잡혀 가는 중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신설안이 지난달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며 밑바탕이 마련됐다.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 권한의 일부를 떼어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경찰에 국가수사본부 설치, 자치경찰제 도입을 통한 경찰권력 분산, 정보경찰 혁신 등이 포함됐다. 공수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범죄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이들 법안이 내년 총선, 선거제 개편과 맞물려 최장 330일까지 논의 가능한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어떻게 변형될지는 미지수다.

국정원 개혁 역시 ‘국내정보 담당관제’(IO)와 국내정보수집 전담조직 폐지 등 원칙적으로 정치 개입이 금지되긴 했지만, 대공수사권을 일반 수사기관으로 옮기는 국정원법 개정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19-05-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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