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의혹 없는 규명’ 지시 왜
박상기(오른쪽부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8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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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중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과 위원들이 18일 진상조사단의 활동 기간 재연장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oe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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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특권층과 관련된 성 상납·성폭행, 검경과 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고의적 비호·은폐 의혹으로 요약되는 이 사건들에 대한 지지부진한 진상규명 과정은 국민 법 감정과 괴리가 큰 데다, 문재인 정부가 앞세우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와도 맞지 않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장자연 수사 기간 연장 및 재수사’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65만건에 육박하는 등 진상 규명 여론도 비등하다.
일각에서는 장자연·김학의 사건이 각각 조선일보, 황교안(당시 법무장관) 자유한국당 대표와 얽혀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을 거론하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철저한 수사 지시를 내린 것은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가수 승리 등의 비호자로 지목된 윤모 총경이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던 만큼 엄정 수사로 청와대를 향한 의혹을 털어낼 필요도 있다.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권력기관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의혹을 해소하지 않을 경우 사법개혁이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됐다. 문 대통령이 “검경이 과거의 고의적인 부실·비호·은폐 수사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히 밝혀내지 못한다면 사정기관으로서 공정성과 공신력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사건들을 계기로 검경 모두 해묵은 악습을 도려내야 한다는 메시지다. 아울러 특권층 연루 의혹에 대한 성역 없는 진상조사에 국민이 호응한다면 국회에서 막혀 있는 고위공직자수사비리처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청와대 보고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오전 11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먼저 보고한 뒤 오후 2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보고했다.
이와 관련, 황 대표는 “수사는 누가 봐도 공정하고 엄정하게 해야 한다”며 “편파·왜곡 수사는 어떤 경우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의 전희경 대변인도 “문 대통령은 버닝썬 사건의 은폐 의혹이 현 정부 청와대 출신 윤 총경을 향하고 있음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며 “조 수석 체제가 지속되는 한 ‘내 식구 수사’를 철저히 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조 수석이 내려오는 것이 수사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김경수 여론 조작, 손혜원 투기 의혹 등 대통령 주변 인물의 성역 없는 수사도 촉구한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2019-03-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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