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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만 남겨둘 수 없어요” “아빠도 난민 신청 받아주세요”

“아이만 남겨둘 수 없어요” “아빠도 난민 신청 받아주세요”

이하영 기자
입력 2019-02-19 17:54
업데이트 2019-02-1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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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군 父子의 호소

개종한 아버지도 신청했지만 불인정
“거짓 개종하기엔 벅차고 힘든 과정”
상고 대신 난민지위재신청서 제출
“한현민처럼 편견 없애는 사람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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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태생으로 최근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김민혁(왼쪽)군이 19일 서울 양천구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아버지(오른쪽)의 난민 재신청에 앞서 함께 신청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이란 태생으로 최근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김민혁(왼쪽)군이 19일 서울 양천구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아버지(오른쪽)의 난민 재신청에 앞서 함께 신청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한국에서 아빠와 떳떳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고 싶어요. 군대도 자원해서 가고 사회에 도움되는 일 하며 살 거예요. 아빠의 난민 신청을 받아 주세요.”

전국에 폭설이 내린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의 출입국외국인청 별관 앞에서 이란 출신 난민인정자 김민혁(16)군이 아버지를 위해 진눈깨비를 맞으며 취재진 앞에 섰다. 태어날 때부터 무슬림이었다가 9년 전 사업가인 아버지와 함께 한국에 와 천주교로 개종한 민혁군은 지난해 10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국민청원, 청와대 시위 등을 한 학교 친구들의 도움이 컸다. 하지만 여전히 절박한 걱정거리가 있다. 아버지 A씨는 아직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A씨는 난민지위재신청서를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에 제출했다.

A씨는 자신을 변호하는 아들의 외침을 곁에서 들으며 서글픈 눈빛을 지었다. 그는 “아이만 여기(한국)에 남겨둘 수 없다”며 “함께 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천주교 신자로 본국에 돌아가면 공항에서부터 잡히거나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고도 했다.

2003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난 민혁군은 2010년 한국에 온 뒤 친구들과 어울리다 자연스레 천주교를 믿게 됐다. A씨도 아들과 함께 성당을 찾았고 무수한 고민 끝에 아들을 따라 개종했다.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서는 다른 종교로 개종하면 배교자로 여겨져 최대 사형에 처한다.

이들 부자는 2016년 한국 정부에 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그러나 출입국외국인청은 ‘구약과 신약 구분 이유, 십계명, 주기도문 등 기초적 이해와 상식이 부족해 개종의 진정성이 의문스럽다’는 등의 이유로 불인정했다. 민혁군을 가르쳤던 오현록 아주중학교 교사는 “나도 기독교인이지만, 예수님의 제자가 누구인지를 묻거나 십계명을 외워 보라고 하면 답할 수 없다”면서 “난민 심사 과정에서 본질을 보지 않고 지엽적인 문제에 집중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1월 1심과 지난해 12월 2심에서 패소했다.

민혁군은 “‘거짓 개종할 수 있지 않으냐’고 하는데 천주교에서 세례, 견진성사, 구역활동 등 진짜 신자가 되는 과정을 1년 이상 밟아야 해 거짓으로 하긴 힘들다”면서 “편견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혁군은 아버지와 함께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제 꿈인 모델로 데뷔해서 제2의 한현민처럼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며 “저를 믿어 주신 분들이 후회 없게 하겠다”고 아버지의 난민 인정을 호소했다.

지난해부터 민혁군과 아버지를 도와 온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광준 변호사는 “성당 신부님의 증언 등을 통해 부자의 신앙생활을 살펴보니 개종의 진실성이 확실했다”면서 “이번 재신청에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2019-02-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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