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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브라질 발행인, 노예 시중 드는 듯한 생일 파티 사진 탓에 물러나

보그 브라질 발행인, 노예 시중 드는 듯한 생일 파티 사진 탓에 물러나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2-16 07:04
업데이트 2019-02-1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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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잡지 보그의 브라질 발행인인 도나타 메이렐레스가 50회 생일 파티를 즐기면서 노예 제도를 연상케 했다는 이유로 사과하고 물러났다.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지금은 삭제된 사진 하나는 메이렐레스가 옆에 전통 의상을 입은 두 흑인 여성의 시중을 받는 여왕처럼 앉아 있다. 인스타그램을 즐기는 이들은 그녀의 인종 인지 감수성이 덜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물론 메이렐레스는 사과한 뒤 사진을 인종주의와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두 흑인 여성이 입고 있는 의상은 과거 브라질의 흑인 노예들이 입었던 의상과 비슷한 것이었으며 메이렐레스가 앉은 자리는 ‘카데이라 드 신(cadeira de sinh)’으로 불리는 노예 주인들의 의자와 비슷했다.

브라질 북동부 살바도르 드 바히아에서 촬영된 또다른 사진에는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흑인 여성들이 손님을 환영하고 안내하는 모습이 담겼다. TV 진행자인 리타 바티스타는 1860년대 촬영된 비슷한 사진을 보여줬다. 가수 엘사 소아레스는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글을 통해 “당신 삶에 행복한 순간의 맛을 살리고 싶었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상처내고 그들의 기억, 그들의 곤궁함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메이렐레스는 여자들의 옷은 그저 바히안 사람들이 파티 때 입는 옷이었으며 의자는 아프리카계 브라질 토착어로 칸돔블(레, candombl?였다고 지금은 삭제된 인스타그램 글을 통해 해명했다. 그녀는 결국 지난 13일(현지시간) 물러난다고 밝혔다. 메이렐레스는 “나이 쉰에 물러날 때가 됐다. 많은 얘기를 들었고 앞으로 더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그는 사과문을 발표해 “이 논란이 값진 교훈을 얻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전문가와 학자들로 패널을 구성해 대중들의 불평등에 대한 우려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잡지가 인종 문제와 관련해 사과한 것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지난 1월에는 언론인 누르 타구리를 파키스탄 배우 부카리로 잘못 소개해 비난을 샀다. 이달에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 등장한 두 여배우의 국적을 잘못 표기해 망신살이 뻗쳤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노예제도를 연상케 하는 사진으로 물러난 보그의 브라질 발행인 도나타 메이렐레스가 상파울루 패션위크에 열린 아드리아나 드그레아스 패션쇼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자료사진

노예제도를 연상케 하는 사진으로 물러난 보그의 브라질 발행인 도나타 메이렐레스가 상파울루 패션위크에 열린 아드리아나 드그레아스 패션쇼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자료사진
브라질 방송인 리타 바티스타가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1860년대 흑인 노예들이 백인 여성 시중을 드는 사진.
브라질 방송인 리타 바티스타가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1860년대 흑인 노예들이 백인 여성 시중을 드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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