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부정한 ‘5·18 망언’...검찰, 한국당 의원 수사 착수

입력 : ㅣ 수정 : 2019-02-1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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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씨, 명예훼손 혐의로 이미 재판 중
광주시민 명예훼손 성립 어려울 듯

5·18 유공자 의원들 “모욕죄 고소”

검, 가치판단영역으로 판단할 수도
“5?18 망언 국회의원 제명하라” 규탄 기자회견 11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5월 단체 및 시민단체들이 ‘5·18 공청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의 망언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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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망언 국회의원 제명하라” 규탄 기자회견
11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5월 단체 및 시민단체들이 ‘5·18 공청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의 망언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모독 망언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2일 정의당과 광주 시민 곽희성씨가 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과 극우 인사 지만원씨를 상대로 낸 고소·고발장을 접수하고, 형사1부(부장 김남우)에 사건을 배당했다.

검찰은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 등에서 의원들과 지씨가 발언한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되는지를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당시 공청회에서는 ‘5·18 폭동이 민주화 운동이 됐다’, ‘5·18유공자는 괴물 집단’, ‘위르겐 힌츠페터(5·18 당시 학살 현장을 찍은 독일 기자)는 간첩’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이에 정의당은 지난 11일 허위 사실로 인해 광주시민과 고 힌츠펜터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한국당 의원 등을 고발했다. 지씨로부터 남한 정권 전복을 시도한 북한특수군이라고 매도당한 곽씨도 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피해자 특정 여부가 관건

광주시민에 대한 명예훼손은 과거 판례상 인정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도 인정될 수 있지만, 이 경우 집단에 속한 특정인을 가리키는 것이 명백해야 한다.

대법원은 과거 판례에서 한 집단에 대해 비난을 하더라도 구성원 개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비난이 아니라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을 수 있다는 한국당 의원들의 발언만으로는 광주시민 개개인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장인 김정호 변호사는 “현재 대법원은 집단표시 명예훼손과 관련해 피해자가 특정돼야 한다는 너무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주시민 중 5·18유공자를 꼭 집어 ‘괴물 집단’이라고 한 김순례 의원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5·18유공자회(4415명, 지난해 12월 기준)는 특정 단체로 피해자가 한정되기 때문이다.

5·18 유공자인 민주평화당 최경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도 오는 14일 한국당 의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김 의원에 대해서는 별도로 모욕죄로 고소한다는 계획이다.

곽씨를 북한특수군이라고 매도하며 명예를 훼손한 지씨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특정된 만큼 명예훼손 성립 가능성이 크다. 지씨는 이미 곽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패소하면서 곽씨에게 1000만원을 배상해야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사자(死者) 명예훼손은 친고죄로 유족의 고소가 필수적이다. ‘힌츠페터는 간첩’이라는 지씨의 발언이 고인이 된 힌츠페터에 대한 명예훼손이 되려면 추가적으로 힌츠페터 유족이 고소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의원 면책특권 누리나

현행 형법은 허위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공청회를 주최한 김진태, 이종명 의원은 지씨가 명예훼손으로 처벌을 받을 경우 공모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 등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특권을 누릴 수 있다. 면책특권을 무기로 처벌을 피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반론도 있다. 류하경 변호사는 “해당 발언이 국회의원으로서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허위 사실임을 알면서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대법원 판례상 면책특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지자를 상대로 정치활동 차원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 곳에서 한 발언은 면책특권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이 의원들 발언은 “가치 판단의 문제”라며 불기소 처분을 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면책특권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범죄가 성립된 이후 살피는 것으로 허위 사실인지를 따지는 과정에서 죄가 안 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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