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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n&Out] 중국 배달음식의 3대 문제점/저우위보 인민망 한국지사 대표

[글로벌 In&Out] 중국 배달음식의 3대 문제점/저우위보 인민망 한국지사 대표

입력 2019-01-22 16:58
업데이트 2019-01-23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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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위보 인민망 한국지사 대표
저우위보 인민망 한국지사 대표
얼마 전 중국의 모 동영상 사이트에서 배달음식 제작 과정의 내막을 폭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제작 과정을 보면 절로 진저리가 쳐지는 음식이지만 일일 판매량은 40만개에 달한다는 사실에 온 사회가 뒤집혔다. ‘저가 배달음식 제작 과정’이란 해시태그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서 순식간에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50만명의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영상에서 배달음식 가공업체에 고기를 공급한 한 상인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공급한 고기는 시중가보다 훨씬 싼 걸로 한꺼번에 10여t을 구매한 거예요. 갈비는 쌓아 놔둔 지가 1년이 넘었어요. 소고기에 콩 단백을 주입해서 20% 정도 무게를 부풀린 거니 먹을 수 없죠. 냉동육은 한꺼번에 물로 해동한 후 바로 꺼내 요리 제작에 투입합니다.”

충격적인 영상 속에 해당 업체 관계자는 이런 고기를 사용해 제작한 볶음요리 반제품은 하루에 40만개 정도 생산되며 그 중 절반은 배달음식 업체에 공급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상하이 등 대도시가 밀집된 화둥(華東)지역만 해도 한 달 판매량이 300만개에 달한다고 하니 문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된다. 이런 불량 배달음식 반제품 공급 업체를 보면 식품 안전은커녕 발로 식자재를 처리하는 등 최소한의 양심도 찾아볼 수 없다. 중국에서 배달음식을 주로 이용하는 젊은층은 가슴을 두드리며 통곡할 일이다.

배달음식업의 3대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식품안전 문제다. 생산 과정에서 엄격한 위생기준 등 관리기준이 없어 식품 원료의 출처를 역추적할 수 없고 불량 및 유해 식자재가 넘쳐난다. 둘째, 영양 문제다. 저가, 저품질, 인공합성한 식자재는 영양분이 떨어져 도시의 생존 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 사람의 건강을 좀먹는다. 셋째, 환경오염 문제다. 플라스틱, 비닐, 스티로폼, 나무젓가락 등 일회용 화학용기와 식기는 대량의 백색오염을 만든다. 또한 집에서 배달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째 가열하면 유해 물질이 나와 인간의 내분비 시스템을 교란할 수도 있다.

대다수 배달음식은 기름기가 많고 짜고 맛이 강하다. 또한 식자재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왜 배달음식을 끊을 수 없는가. 중국에는 ‘백성들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라는 속담이 있다. 밥 먹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요다. 배달음식이 21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 불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배달음식은 아무리 문제점이 많더라도 적잖은 젊은이들의 삼시세끼를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하므로 존재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온라인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이 전체 네티즌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배달음식 고객군이 상당히 방대하다.

특히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에서 직장에 다니는 화이트칼라들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 때문에 보통 도시의 외곽에서 살 집을 구한다. 출퇴근하는데 한두 시간이 걸리는 것은 극히 정상적이다. 맞벌이 부부는 잦은 추가 근무를 한 후 집으로 돌아오면 오후 8~9시가 넘곤 한다. 밥을 스스로 해먹으면 최소한 또 40분에서 1시간이 걸린다. 녹초가 된 몸으로 밥하기가 싫어 배달음식을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경제가 활성화됨에 따라 소위 말하는 ‘게으른 사람’들이 중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필요하면 뭐든지 배달해 주는 세상이니 밥하기와 같은 번거롭고 힘든 일은 더더욱 기피한다.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배달음식업 시장 규모가 2000억 위안(한화 33조원)을 돌파했고 2018년 2430억 위안, 2019년에는 3000억 위안으로 추정된다. 이 업종도 다른 요식업과 마찬가지로 양에서 질로 승부하는 단계로 도약할 필요가 있다. 건강, 안전, 경제성, 영양가, 맛이라는 5대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서는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곧 올 것이다.
2019-01-23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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