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신년회견] 文, 靑 복도서 회견문 발표·사회자 역할까지… 백악관식 ‘파격’

입력 : ㅣ 수정 : 2019-01-1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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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회견 이모저모
회견장 이동중엔 지난 1년 동영상 흘러
대통령 중심 타원형 ‘타운홀미팅식’ 소통
내외신 기자 180명 몰려 질문권 경쟁
사전조율 없는 질의에 재치 있는 응답
민간인 사찰 등 질문엔 난처한 기색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도준석 기자 dauns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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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도준석 기자 daunso@seoul.co.kr

또 한 차례의 파격 기자회견이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사회자 없이 직접 회견을 진행했고, 사전조율 없는 질의 응답이 이뤄졌다.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1층 복도 단상 앞에 서서 28분간 회견문을 낭독했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이 아닌 이 장소에서 회견문을 읽은 건 역대 처음 있는 일이다. 백악관 복도에서 대통령이 서서 담화문을 발표하는 미국식을 연상케 했다. 대통령이 사회자 없이 회견을 진행하는 것 역시 백악관에서 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어 문 대통령이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영빈관으로 이동하는 동안 가수 김민기의 노래 ‘봉우리’가 지난 1년 동안의 동영상과 함께 배경음악으로 흘렀다.

영빈관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타운홀 미팅 형식을 빌려 대통령 중심 타원형으로 자리가 배치됐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진행 보조 역할만 맡았다. 예정보다 10분을 넘긴 질의응답에서 25개의 질문권을 얻기 위한 내외신 기자 180명의 경쟁이 치열했다. 대통령의 눈에 잘 띄어야 한다는 생각에 생활한복 의상, 휴대전화·책을 들고 손을 번쩍 들기 등 각종 아이디어가 동원됐다. 특히 문 대통령이 다수의 외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부여해 눈길을 끌었다.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통령은 미국 기자 위주로 질문권을 주며, 외국 기자들에게는 끝에 극히 짧게 기회를 줄 뿐이다.
질문권 얻으려 한복 입고 손 번쩍  질문 기회를 얻고자 눈에 띄는 한복을 입고 회견에 참석해 손을 들고 있는 한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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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권 얻으려 한복 입고 손 번쩍
질문 기회를 얻고자 눈에 띄는 한복을 입고 회견에 참석해 손을 들고 있는 한 기자.
연합뉴스

심각한 회견 도중 간간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 ‘패키지 딜’이 질문으로 나오자, 문 대통령은 “기자가 방안을 다 말했다. 저도 그렇게 (북·미를) 설득하고 중재하겠다”고 말해 좌중이 웃었다. ‘친문’ 색채 강화 인선에 대해서는 “대통령 비서라 다 친문인데 더 친문으로 바뀌었다 하면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섭섭하지 않겠나”라고 답해 또 웃음이 터졌다.

“현실 경제가 힘든데도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라는 날 선 물음에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30분간 얘기한 내용”이라며 “새로운 답은 불필요한 듯하다”고 잘라 답했다. 민간인 사찰 논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한 질문에는 6∼7초가량 한 곳을 응시하다가 “일단…”이라고 말문을 여는 등 난처한 기색도 보였다.

노영민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도 배석했는데, 일부는 다리를 꼬고 편하게 앉는 등 권위주의적이지 않은 자유로운 매너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퇴장하면서 앞 열에 앉아 있던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19-01-1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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