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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인사이드] ‘軍 명태버거’ 정말 사라졌을까

[밀리터리 인사이드] ‘軍 명태버거’ 정말 사라졌을까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8-12-21 16:31
업데이트 2019-04-0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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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패티’ 입찰공고 점검해보니

2016년 7월 독자가 제보한 새우버거 패티. 내용물이 부실해 속이 텅 빈 것처럼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해 1월 새우 함량을 40%로 늘리고 새우살이 씹힐 수 있도록 패티 품질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신문 DB
2016년 7월 독자가 제보한 새우버거 패티. 내용물이 부실해 속이 텅 빈 것처럼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해 1월 새우 함량을 40%로 늘리고 새우살이 씹힐 수 있도록 패티 품질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신문 DB
정부 품질 개선 전인 2016년 군 새우패티 제품 함량. 냉동연육 40%, 새우살 20%라는 설명이 보인다. 서울신문 DB
정부 품질 개선 전인 2016년 군 새우패티 제품 함량. 냉동연육 40%, 새우살 20%라는 설명이 보인다. 서울신문 DB
새우살 기준함량 최소 40%인데
일부 부대는 30%를 기준으로


2016년 7월 서울신문은 일선 군부대에서 익명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군 복무 경험이 있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군에 몸 담은 사람이 언론에 제보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는 큰 용기를 냈습니다.

그가 문제 삼은 것은 ‘새우버거 패티’였습니다. 속이 텅 비어 껍데기만 씹히는 부실한 새우패티를 접한 군 간부들은 “이런 패티를 지급하면서 병사들에게 희생을 감수하라고 교육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습니다. 심지어 “과거 병사들이 선호하던 새우버거는 패티 두께가 매우 두꺼웠지만 이제는 병사들이 먹기 싫어하는 빵식이 됐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더 큰 문제는 새우의 함량이었습니다.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방위사업청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서 새우패티의 내용물을 확인하자 새우살이 20%, 냉동연육이 40%로 나왔습니다. 이 패티를 사용한 버거를 과연 새우버거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연육의 주 성분이 ‘명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버거는 ‘명태버거’라고 불러야 합니다.

●국방부 “새우 함량 40%로 높이겠다” 그 후

그래서 서울신문은 ‘군대리아 새우버거 알고보니 명태버거’라는 비판 보도를 냈습니다. 부모와 청년들은 크게 분노했습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국방부는 지난해 1월 “새우 함량을 40%로 2배로 높이고 ‘새우살이 보이고 씹힐 수 있도록’ 가공방법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습니다. 정말 모든 부대에서 명태버거가 퇴출됐을까요. 다시 국방전자조달시스템을 점검해봤습니다.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공개된 해군 A부대의 새우패티 사양서. 새우살을 30% 이상 배합하라고 규정돼 있다. 이 부대는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이 사양서를 사용했다. 국방전자조달시스템/서울신문 DB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공개된 해군 A부대의 새우패티 사양서. 새우살을 30% 이상 배합하라고 규정돼 있다. 이 부대는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이 사양서를 사용했다. 국방전자조달시스템/서울신문 DB
지난해 1월 20일 기준으로 작성된 해군 2함대 사령부 산하 A부대의 ‘새우패티 사양서’입니다. 입찰자를 대상으로 새우패티의 규격을 설명했는데 새우의 함량은 ‘30% 이상’, 연육의 함량도 ‘30% 이상’이라고 표기했습니다. 국방부 기준보다 새우 함량은 10% 포인트 적고 연육 함량은 10% 포인트 많습니다. 내용대로라면 새우 30%, 연육 60%를 넣어도 문제가 없게 됩니다.

국방부 발표 시점은 1월 24일, 이 사양서는 4일 전에 마련된 것이어서 개선 대책이 반영되지 않았거나 단순 실수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 부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여러차례 이 사양서를 사용했는데, 올해 8월 20일에도 조달시스템 공고에 동일한 사양서가 올라왔습니다. ‘해군 근무자 중식’ 등의 용도로 활용한다는 내용이 표기돼 있습니다.

이번에는 방위사업청이 올해 직접 작성한 ‘제품요구서’를 확인해봤습니다. 분명히 ‘순살새우 40% 이상, 연육 20% 이상’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또 ‘순살새우는 새우살이 보이고 씹힐 수 있도록 분쇄시 제외한다’고 규정했습니다. 국방부의 발표와 똑같은 형식입니다. 그런데 해군 A부대의 사양서는 눈 씻고 찾아봐도 이런 내용이 없습니다.
방위사업청이 직접 작성한 새우패티 제품요구서. 순살새우 40% 이상, 연육 20% 이상이라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또 반드시 새우살이 씹히게 제조하도록 했다. 국방전자조달시스템/서울신문 DB
방위사업청이 직접 작성한 새우패티 제품요구서. 순살새우 40% 이상, 연육 20% 이상이라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또 반드시 새우살이 씹히게 제조하도록 했다. 국방전자조달시스템/서울신문 DB
물론 순살새우만 패티 내용물로 가득채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비용도 문제이지만 배합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다 식감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반드시 일정 비율의 연육을 섞어야 합니다.

비판 여론은 민간업체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과거 한 패스트푸드 업체는 “우리는 새우를 40% 이상 배합한다”고 해명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씹히는 새우를 활용한 ‘진짜 새우버거’도 속속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예산 부족 등으로 군 새우버거는 대형 패스트푸드업체 제조 수준으로 품질을 높이기 쉽지 않습니다.

●9년 동안 오른 병사 급식비 2362원

“먹으면 탈나는 불량식품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연육 함량이 너무 많으면 새우버거를 바라는 군 장병을 기만하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급식 품질은 국방의 의무를 진 병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국회는 내년 병사 1인당 하루 기본급식비를 올해보다 157원 인상한 8012원으로 확정했습니다. 국방부는 8267원으로 예산안을 올렸는데 정치권의 관심 부족과 비용 증가 우려로 200원 넘게 삭감됐습니다. 기본급식비는 2010년 5650원, 2012년 6155원, 2016년 7334원, 지난해 7481원, 올해 7855원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내년까지 무려 9년 동안 인상된 금액이 2362원에 불과합니다. 내년에도 1끼당 병사 급식비가 2670원에 그칩니다.

참고로 결식아동 1끼 급식비는 지역별로 부산이 4500원, 서울 5000원, 경기 6000원입니다. 나라를 지키는 병사 급식비가 결식아동 급식비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왜 병사들의 불만이 많은지 돌아보고 좀 더 세심한 관심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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