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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의 아침] ‘포치’(破七)가 무서운 이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포치’(破七)가 무서운 이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김규환 기자
입력 2018-12-19 22:52
업데이트 2018-12-2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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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치’(破七)는 ‘1달러=7위안’이라는 등식이 깨진다는 뜻이다. ‘1달러=7위안’은 중국 정부가 관리해 온 위안화 환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포치가 위안화 투매와 자본 이탈을 부채질하는 임계점이라는 말이다. 중국 경제의 둔화세가 뚜렷하고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에 바짝 다가서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포치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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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포치는 엄청난 경제적 파장을 몰고 온다. 위안화 환율이 상승하면(가치 하락) 기업들이 하루라도 빨리 환전해 외채를 갚으려 하는 만큼 환율은 더 올라간다. 외국 자본들은 위안화를 달러화로 바꿨을 때 금액이 줄어드는 환차손을 입게 되는 만큼 앞다퉈 짐을 싼다. 이 때문에 환율 상승은 더욱 가팔라지는 악순환을 이룬다. 포치가 현실화되면 중국 기업의 위안화 부채보다 달러화 등 외채가 문제가 된다. 중국 정부가 개입하면 위안화 부채야 그럭저럭 회피하겠지만, 외채는 기업들이 갚아야 하고 규모가 클수록 중국 경제를 ‘경착륙의 늪’으로 밀어 넣는다.

위안화 환율이 급상승하면 외채의 원금과 이자 부담이 급증하며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중국 기업 부채는 공식적으로는 1조 달러라고 하나 실제로는 3조 달러(약 3370조원)에 이른다는 게 전문 이코노미스트의 추산이다. 중국의 외환보유고와 맞먹는 규모다.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채무가 965억 달러에 이르는 탓에 상당수가 디폴트 벼랑에 내몰릴 처지다. 기업 외채를 해결하려면 중속성장(6.5% 수준)은 지속돼야 하는데 내년 성장률 하락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럽·미국의 경기 둔화도 수출 감소로 이어져 외채 갚기에 애로가 생긴다. 포치는 수입가격 급등을 불러 내수 부양도 어렵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한 조건이라도 삐끗하면 외환위기가 도둑처럼 찾아오는 것이다.

중국 투자 외국 자본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포치가 중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은 높여 주지만 대규모 자본 이탈과 주가 폭락 등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다. 중국은 2015년 환율 급등으로 혼쭐이 났다. 당시 환율 산정 방식을 바꾸며 위안화를 기습적으로 절하하는 바람에 4개월 만에 무려 1조 달러나 중국을 탈출한 것이다.

미국과의 관세폭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90일간 정전에 들어가자 중국 기업들이 내년 물량을 앞당겨 밀어내기 수출에 나섬으로써 올해 말까지는 성적이 괜찮겠지만 이후는 장담하기 어렵다. 내년 상반기에 그 성적표를 받아 든다. 경기 둔화에다 수출 절벽까지 맞는 최악의 상황을 맞는 것도 남의 얘기가 아니다.

포치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중국 못지않게 무서워해야 하는 곳은 한국이다. 원화가 위안화의 대체통화로 여겨져 한·중 통화의 동조화 현상이 심하다. 이 때문에 위안화 환율이 수직 상승하면 원화 역시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외국 자본이 투매에 나서는 것이다. 외국 자본들이 한국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데다 상대적으로 거래가 힘든 위안화보다 위안화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원화에 투자해 헤징(위험 분산)하고 있는 까닭이다. ‘공포’로 몰아넣을 포치가 목전에 다가왔다.

khkim@seoul.co.kr
2018-12-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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