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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녹슬다니요, 매력이 ‘철철’…이 골목, 예술이네요

[포토 다큐] 녹슬다니요, 매력이 ‘철철’…이 골목, 예술이네요

이종원 기자
입력 2018-12-13 18:00
업데이트 2018-12-1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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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공소의 변신 ‘문래 예술촌’

삭막하고 낙후된 도심의 골목이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골목이다. 회색빛의 철물거리에 예술의 색이 칠해지면서 점차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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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공소 골목의 옛 공장을 개조해 만든 수제 맥줏집 ‘올드문래’. 철공소에서 쓰던 기계와 부품을 활용한 빈티지한 느낌의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철공소 골목의 옛 공장을 개조해 만든 수제 맥줏집 ‘올드문래’. 철공소에서 쓰던 기계와 부품을 활용한 빈티지한 느낌의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영등포구 문래역 7번 출구를 나오면 철공소에서 쓰던 기계나 부품들로 만들어진 조형물들과 마주치게 된다. 녹이 슨 철물로 설치돼 있는 대형 불꽃 마스크 앞에는 거대한 망치가 대못을 뽑고 있다. 동네 지도는 볼트와 너트로 제작됐다. 여기부터 시작되는 골목이 바로 문래동 예술창작촌, 일명 ‘문래예술촌’이다.

●자본에 밀려난 옛 공장터,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1960~70년대 철강공장과 철제상이 밀집했던 공업단지였던 문래동. IMF 외환위기로 철강업체들은 급격히 줄었고, 값싼 중국산 부품에 밀려난 공장들은 서울 외곽으로 하나둘씩 빠져나갔다. 이후 철공소들이 이전한 빈자리를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홍대와 합정동 일대의 비싼 임대료를 피해 온 예술인들의 새로운 작업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철공소들이 떠난 공간에 작업실이 들어서면서 철강소와 예술이 공존하는 문래동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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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예술촌 철공소 골목을 찾은 젊은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래동 예술촌 철공소 골목을 찾은 젊은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철공소 골목에는 예술가들의 화랑과 카페가 자리하고 있고, 그들이 만든 세련된 감각의 벤치, 간판 등 설치미술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버려진 철재를 재활용한 로봇부터 상상 속의 모습을 한 동물, 기린까지 철로 만든 입체 조형물이 가득하다. 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오밀조밀 예쁜 벽화들이 마치 선물처럼 나타난다. 허물어질 듯한 담벼락과 낡은 문짝도 이곳에선 ‘작품’이 된다. 밀링머신으로 쇠를 깍고 있는 철공소 옆에는 주변을 꽃으로 장식한 카페가 있다. 마치 철공소 단지 안에 카페나 화랑을 흩뿌려놓은 듯한 풍경은 이 골목만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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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는 버려진 철재를 재활용한 로봇, 철로 만든 입체 조형물이 가득하다.
골목에는 버려진 철재를 재활용한 로봇, 철로 만든 입체 조형물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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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는 버려진 철재를 재활용한 화분, 철로 만든 입체 조형물이 가득하다.
골목에는 버려진 철재를 재활용한 화분, 철로 만든 입체 조형물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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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는 버려진 철재를 재활용한 화분, 철로 만든 입체 조형물이 가득하다.
골목에는 버려진 철재를 재활용한 화분, 철로 만든 입체 조형물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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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는 버려진 철재를 재활용한 상상 속의 모습을 한 기린, 철로 만든 입체 조형물이 가득하다.
골목에는 버려진 철재를 재활용한 상상 속의 모습을 한 기린, 철로 만든 입체 조형물이 가득하다.
●뉴욕 뒷골목 같은 카페·음식점… ‘인싸’ 아지트로

골목은 1960년대 이후의 근대 역사가 축적된 느낌을 준다. 옛 추억에 젊은이들의 열정과 아이디어가 더해지면서 빈티지한 느낌과 함께 아날로그한 감성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옛 공장을 개조한 다양한 가게들은 찾는 이의 발길이 이어진다. 50년 된 철공소를 리모델링한 작은 게스트하우스부터 70년이 넘은 공장 터에 들어선 수제 맥줏집까지 오래된 공간이 쓸모없는 것이 아닌 또 다른 ‘기회의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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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예술촌 입구에는 대형 망치가 못을 뽑는 형상의 설치물이 놓여 있다.
문래동 예술촌 입구에는 대형 망치가 못을 뽑는 형상의 설치물이 놓여 있다.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2’를 촬영하기도 한 이곳은 외국인들에게도 명성이 높다. 철공소와는 안 어울릴 것 같은 음식인 ‘스테이크’ 식당을 운영하는 남광준씨는 “외국인들이 문래동 골목을 뉴욕 뒷거리 같다며 본토의 스테이크를 먹는 기분을 내고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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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예술촌 철공소 골목 전경
문래동 예술촌 철공소 골목 전경
용접이나 쇠깎는 소리로만 가득하던 낮 시간이 지나고 어둠이 몰려오면 일대는 화려한 조명과 음악으로 분위기가 180도 변한다. 카페를 운영하는 최선화씨는 “입소문을 타면서 퇴근길 직장인들의 회식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철공소와 예술촌의 어색한 동거가 또 다른 매력으로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래동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이곳만의 독특한 색깔인 ‘철공소와 예술촌의 기묘한 공생’이 오랫동안 보존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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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질 듯한 공장의 낡은 문짝에 그린 오밀조밀한 그림들.
허물어질 듯한 공장의 낡은 문짝에 그린 오밀조밀한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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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부착한 개성 있는 우편함이 눈길을 끈다.
사진을 부착한 개성 있는 우편함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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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공소 골목을 상징하는 세련된 감각의 벤치가 눈길을 끈다..
철공소 골목을 상징하는 세련된 감각의 벤치가 눈길을 끈다..
●문래동 색깔 잃지 않도록 건물주·임차인 상생협약

영등포구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둥지 내몰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문래동 건물주 및 임차인과 삼자 간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지역상권 발전과 임차상인의 안정적인 영업환경 보장을 위해 적극 힘쓰겠다”고 전했다.

밀려나지 않은 오래된 철공소와 낮은 건물에 꼭 어울리는 예술촌. 완벽한 어울림은 아니지만, 문래동의 두 주인공은 현재 공존의 해법을 찾아나가는 중이다. 문래예술촌만의 따뜻한 감성이 추운 겨울과 함께 깊어가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8-12-1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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