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원작 동화와 달리 4개의 왕국을 설정하고 음모와 암투, 모험과 전투 등 영화 요소를 십분 살렸다. 무엇보다 비주얼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각 왕국 섭정이 한자리에 모이는 궁전은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탄생한 러시아풍으로 구성했다. 클라라를 비롯해 사탕의 왕국 섭정관인 ‘슈가플럼’(키이라 나이틀리 분)이 입은 드레스 등은 18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풍미를 보여 준다. 4개 왕국 역사를 소개하는 발레 신에서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첫 흑인 여성 수석 무용수인 미스티 코플랜드와 18명의 무용수가 참여해 우아함을 더했다. 6만 마리 생쥐가 뭉쳐 2.7m 크기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생쥐 마왕’은 30여명의 컴퓨터그래픽 전문가가 6개월간 매달려 만들었다. 여기에 대형 마더 진저 인형과 양철 병정들과의 전투 역시 볼만하다. 눈길을 끄는 각종 기계 장치를 비롯해 소소한 유머도 곳곳에 잘 배치했다.
다만 ‘권선징악’을 구현하는 방식과 모험을 통해 주인공이 성장한다는 이른바 ‘디즈니 스타일’이 어른들이 보기엔 다소 유치할 수 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서사는 다소 미흡하고, 반전 역시 예상 가능하다. 이런 점을 제쳐 놓고서라도 영화가 보여 주는 화려한 그래픽과 아기자기한 볼거리는 어른이라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든다. 6일 개봉. 전체 관람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