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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할래? 낙태할래?”…임신한 외국인 여성 일본내 인권침해 심각

“귀국할래? 낙태할래?”…임신한 외국인 여성 일본내 인권침해 심각

김태균 기자
입력 2018-12-02 13:51
업데이트 2018-12-0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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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외국인 기능실습생(과거 한국의 산업기술연수생)에 대해 중도귀국이나 낙태를 강요하는 사례가 일본에서 잇따르고 있다고 2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특히 외국인 기능실습생의 연수 및 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에서 ‘연애 금지’ 등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아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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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의 연애금지’ 등을 담고 있는 일본의 한 외국인 기능실습생 연수시설 운영규정
‘이성과의 연애금지’ 등을 담고 있는 일본의 한 외국인 기능실습생 연수시설 운영규정
일본의 한 제지공장에서 기능실습생으로 일해온 베트남인 여성(22)은 얼마 전 1개월간의 사전연수를 마쳤을 때 임신 2개월 진단을 받았다. 연수시설 담당자는 “낙태를 하든지 베트남으로 돌아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했다. 그는 “낙태약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를 낳기를 원했지만 일본에서 열심해 일해 빚을 갚고도 싶었던 이 여성은 결국 연수시설에서 무단으로 이탈해 수도권의 한 보호시설에 몸을 숨겼다.

베트남 북부 빈곤지역 출신인 이 여성은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의 치료비 때문에 거액의 빚을 지게 됐고, 이를 마련하기 위해 친척들로부터 빌린 100만엔(약 1000만원)으로 일본에 건너왔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이 여성을 지원하고 있는 종교단체 관계자는 “이와 비슷한 상담전화나 메일을 자주 받고 있다”며 “얼마 전에도 32세의 외국인 실습생 여성으로부터 ‘죽고 싶다’는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이 여성도 임신을 하게 된 뒤 실습기관으로부터 귀국을 강요당한 끝에 시설을 이탈했다.

많은 일본의 외국인 기능실습생 연수시설에서는 ‘이성과의 연애 일절금지’, ‘외출은 2명 이상 단위로 하고 단독행동 절대금지’ 등 조항을 두고 실습생들에게 서명을 강요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방을 왕래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다. 이 연수시설은 “실습생으로서 일본에 체류하는 기간 동안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압박하고 있다.

전직 연수시설 담당자는 “외국인 기능실습생에게 출산휴가를 주는 회사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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