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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발 불법 쓰레기로 폭발 직전 필리핀…대사관 앞 대규모 시위도

한국발 불법 쓰레기로 폭발 직전 필리핀…대사관 앞 대규모 시위도

입력 2018-11-30 14:39
업데이트 2018-12-0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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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현지가 ‘반한 감정’으로 들끓고 있다. 한국에서 출발해 필리핀에 몰래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그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이런 종류의 ‘국제 망신’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에코웨이스트연합 환경운동가들이 28일 마닐라 소재 필리핀 관세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한국에서 불법 수입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즉각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에코웨이스트연합 환경운동가들이 28일 마닐라 소재 필리핀 관세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한국에서 불법 수입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즉각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이번 사태는 지난 14일 필리핀 현지 언론이 ‘한국의 한 재활용 업체가 지난 7월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를 필리핀에 무단으로 버렸다’고 보도한 게 시작이었다. 실제로 필리핀 세관당국은 지난 10일부터 29일째 한국발 쓰레기 6500t을 민다나오 소재 미사미스오리엔탈 터미널에 압류 보관하고 있다.

쓰레기를 필리핀으로 몰래 들여온 해당 기업은 등록조차 하지 않은 상태로 쓰레기를 거짓 신고해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업은 해당 컨테이너를 플라스틱 조각이라고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일회용 기저귀와 폐 전자제품 등 쓰레기 더미로 드러났다. 또 한국인 지분이 40%인 해당 기업은 재활용품 수입업자로 등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국민들이 28일 마닐라 소재 필리핀 관세청 앞에서 한국 플라스틱 쓰레기의 조속한 반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민들은 피켓과 모자에 영어와 한국어로 플라스틱 쓰레기 반성을 요구하는 문구를 붙이고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필리핀 국민들이 28일 마닐라 소재 필리핀 관세청 앞에서 한국 플라스틱 쓰레기의 조속한 반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민들은 피켓과 모자에 영어와 한국어로 플라스틱 쓰레기 반성을 요구하는 문구를 붙이고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필리핀 환경단체들은 세계 최대 쓰레기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쓰레기를 받아들이는 것을 중단한 후 한국의 쓰레기가 동남아시아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필리핀에 수출한 플라스틱 폐기물량은 지난해 4398톤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필리핀 수출량은 1만1588톤으로 이미 2017년 한 해 수출량의 2.6배를 넘어섰다. 반대로 대중국 수출량은 올해 1~9월 9379톤으로 2017년 수출량의 8% 수준으로 줄었다.

자국내에 한국에서 버려진 쓰레기가 대거 들어오자 필리핀 환경단체는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14일 ‘플라스틱 감당 안되는 한국, 처리 책임은 다른 나라에 넘겨’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해 한국의 쓰레기 떠넘기기 행태를 비판했고, 현지 필리핀 환경운동단체 에코웨이스트연합 등은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앞에 모여들어 이 같은 행태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필리핀 환경운동단체 소속 환경운동가들이 28일 마닐라 소재 관세청 앞에서 한국산 플라스틱 쓰레기의 조속한 반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필리핀 환경운동단체 소속 환경운동가들이 28일 마닐라 소재 관세청 앞에서 한국산 플라스틱 쓰레기의 조속한 반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필리핀 환경단체들은 28일에는 장소를 옮겨 마닐라 소재 필리핀 관세청 앞에서 한국 플라스틱 쓰레기의 조속환 반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빠른우편, 한국으로 반송”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날 에코웨이스트연합은 관세청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발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 반환을 최우선 업무로 삼아 신속하게 처리할 것 ▲적법한 수입통관절차 없이 한국발 쓰레기 반입을 승인한 관세청 담당자의 책임을 묻고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 ▲한국발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 수출업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수입업자를 처벌할 것을 주장했다.

필리핀 현지 환경단체에서 활동하는 한 활동가는 “필리핀 관세청이 문제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미사미스 오리엔털 터미널에 버려져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한국으로 조속히 되돌려보내야 한다“며 “한국발 불법 쓰레기가 성탄절 이전에 필리핀을 떠나기를 바라고 늦어도 올해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필리핀에 불법으로 폐기물을 수출해 현지에서 문제를 일으킨 국내 업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로 해당 폐기물을 조속히 반입토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지난 21일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생산을 근본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김미경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은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5년 기준 132kg 로 플라스틱 생산시설을 보유한 63개국 중 3위로서, 정부가 재활용같은 일시적 방편을 넘어서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을 줄이는 근본적인 제도를 실행해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고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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