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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형 같았고 아버지 같았다”

“그는 형 같았고 아버지 같았다”

한재희 기자
입력 2018-11-29 17:54
업데이트 2018-11-29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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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 맡았던 김민 SK 매니저가 본 ‘힐만 리더십’

“1년간 감독님이 선수단에게 언성을 높이는 건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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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 힐만 감독. 스포츠서울
트레이 힐만 감독.
스포츠서울
김민(36) SK 구단 매니저는 2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내에 위치한 트레이 힐만 전 감독의 사무실에서 그를 이렇게 회고했다.

“선수들이 실수했다고 판단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고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화를 내지 않았다. 지적을 할 때도 ‘다음에는 이렇게 해보자’며 긍정의 말로 마무리하곤 했다”고 전했다. 힐만 감독이 자주 사용하는 한국말은 ‘미안’, ‘괜찮아’, ‘문제없어’였다고 한다. 자신이 잘못했을 때는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미안’이라고 말하며 사과하고, 선수나 코칭스태프가 힘들어할 때는 먼저 긍정의 언어를 건네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던 것이다.

김 매니저는 “시즌 중에 팀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먼저 스피커를 들고 선수 라커룸에 들어가서 직접 노래를 부르면서 힘을 북돋우려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힐만 감독은 선수들이 침울해져 있을 때면 ‘부정적 생각을 한 번 한 다음에는 곧바로 긍정적 생각을 세 가지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빛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김 매니저는 해석했다. “미국에서 가족이 스낵류를 보내오면 그냥 혼자 먹지 않고 꼭 구장으로 가져와서 코칭스태프에게 나눠줬고, 감독실에서 코칭스태프 회의가 있을 때면 늘 본인이 직접 커피를 내려 대접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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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SK 구단 매니저가 2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내 트레이 힐만 감독의 텅빈 라커 앞에 서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김민 SK 구단 매니저가 2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내 트레이 힐만 감독의 텅빈 라커 앞에 서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김 매니저는 올해부터 힐만 감독의 통역을 맡아 시즌 중에는 하루 10시간씩 동행한 힐만 감독의 ‘마우스 피스’라 불렸다. “감독님과는 요즘도 매일 사소한 연락을 주고받는데, 어제는 뒤뜰에 있는 풍경 사진도 찍어서 메신저로 보내주셨다”고 했다. 이어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뒤 기자회견 도중에 힐만 감독님이 등을 토닥이면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났다”며 “돌아가기 전 감독실에서 함께 짐을 싸면서도 서로를 안아 주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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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로 변한 트레이 힐만 감독이 지난 7월 경기 안산시 신길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소아암 환우 김진욱 군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인사를 하고 있다. SK 제공
산타클로스로 변한 트레이 힐만 감독이 지난 7월 경기 안산시 신길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소아암 환우 김진욱 군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인사를 하고 있다.
S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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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만 SK 감독(왼쪽)의 아내 매리가 지난 8월 1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 앞서 남편이 약 1년간 기른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SK 제공
힐만 SK 감독(왼쪽)의 아내 매리가 지난 8월 1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 앞서 남편이 약 1년간 기른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S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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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만(가운데) SK 감독이 지난 15일 인천 그랜드오스티엄에서 있었던 이·취임식 도중 내야수 최항, 외야수 정의윤과 함께 유머스러운 포즈를 취한 채 ´의리´라고 외치고 있다. 힐만 감독의 통역인 김민 매니저는 오른쪽 뒤쪽에서 이를 지켜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SK 제공
힐만(가운데) SK 감독이 지난 15일 인천 그랜드오스티엄에서 있었던 이·취임식 도중 내야수 최항, 외야수 정의윤과 함께 유머스러운 포즈를 취한 채 ´의리´라고 외치고 있다. 힐만 감독의 통역인 김민 매니저는 오른쪽 뒤쪽에서 이를 지켜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SK 제공
김 매니저는 ‘힐만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 “보통 프로 스포츠 사령탑은 선수들에게 강한 이미지로 남으려 노력하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겠구나 하고 느끼게 한 게 힐만 감독이었다”면서 “때로는 아버지 같고, 때로는 형제 같은 느낌의 감독이었다”고 그를 정의했다.

올 시즌 SK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힐만 감독은 병환 중인 노모를 봉양하기 위해 이번 시즌을 끝으로 2년간의 한국 생활을 정리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8-11-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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