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한미워킹그룹·해병대훈련 비난 왜?…제재완화 노린 성동격서

입력 : ㅣ 수정 : 2018-11-0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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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남북교류 속도조절 요구에 北 불만 표출…제재완화 의제화 총력
북한의 선전매체들이 한미 워킹그룹과 해병대연합훈련을 겨냥해 반감을 드러내 주목된다.

우리민족끼리와 메아리가 9일 두 사안을 각각 비난하고 나섰다.

두 매체가 미국을 겨냥해 공격하면서도, 남한에 대해서도 추종하지 말라는 식으로 비난 공세를 편 점이 눈길을 끈다.

외교가에선 8일로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 회담이 북한 의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이 대미 공세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운다.

관례에 비춰볼 때 북한이 선전매체들을 통해 ‘간보기’ 공세를 편 뒤 미국 등의 반응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당국 차원의 공세로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목할 대목은 우리민족끼리가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10.28∼30) 때 한미가 출범키로 합의한 비핵화·대북제재·남북협력 등을 논의할 한미 간 워킹그룹을 직접 겨냥해 비난하고 나선 점이다.

이 매체는 ‘실무팀 조작놀음 무엇을 보여주는가’ 제목의 개인 필명의 논평에서 “직접 현지에서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구까지 만들겠다는 미국의 오만한 행태”라고 짚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미가 워킹그룹을 만들기로 한 것은 대북제재 상황에서 남북교류를 잡음을 최소화하며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미워킹그룹을 비난하지만 결국은 미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대북제재를 겨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을 강조해온 우리 정부와 둘 간의 철저한 연계를 주장해온 미 행정부 간 ‘타협’ 산물이라고 할 한미 워킹그룹에 거부감을 보임으로써 차후 남북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끼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남북 간 합의사항인 철도 연결 현지공동조사가 지연되는 것도 미국의 남북관계 속도 조절 요구 때문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 정부는 한미 워킹그룹에서의 논의를 거쳐 이를 해결하려 하지만 북한의 반발까지 더해지면 사태가 더 꼬일 수 있어서다.

실제 북한은 갈수록 빈번해지는 미국의 남북관계 속도 조절 제스처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특히 지난달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린 산림협력회담에서 북측 단장인 김성준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총국 부총국장은 “오늘 회담과 같이 앞으로 이런 형식으로 계속 회담이 이뤄진다면 우리는 남측에서 제기하는 북남산림협력분과회담에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측이 원하는 것에 대해 남측이 제재를 이유로 난색을 보이면서 쌓인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일부터 2주간 예정으로 열리는 한미 해병대연합훈련에 대한 공세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한미 양국이 6·12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을 하지 않은 데 이어 12월 예정이었던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마저 유예한 상황에서 대대급 해병대연합훈련을 비공개로 하고 있는데 이것까지 문제 삼고 나선 게 심상치 않아서다.

메아리는 이날 논평을 통해 “남조선 군부가 벌린 이번 반공화국전쟁연습들은 북남관계발전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뿐 아니라 화해단합의 분위기가 조성되었던 조선반도 정세를 또다시 긴장시키고 내외의 불안과 우려를 더욱 조성하는 결과만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한 길로 이어지고 있는 중대한 시기에 이처럼 상대방을 자극하는 적대행위가 계속 된다는 것 자체가 겨레와 민족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며 용납 못 할 반민족적 행위”이라고 덧붙였다.

남측을 공격하면서 미국의 대북제재를 겨냥한 이런 논조는 전형적인 성동격서(聲東擊西)식 공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미국의 상응조치로 제재 완화를 집중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메아리의 논평도 제재 완화를 의제화하려는데 초점이 있다”고 말했다.

고위급회담이 연기되는 등 북미 간 기싸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제재 완화를 북미회담의 핵심의제로 회담 테이블에 올리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는 제재들을 해제하고 싶다. 그러나 그들(북한) 역시 호응을 해야 한다. 쌍방향(a two-way street)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북미 기싸움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김연철 원장은 “현재 한반도 상황은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촉진하고 이 속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뤄가는 구조인 만큼 적어도 제재 속에서 남북간 합의를 이행할 공간을 어떻게 만들지 한미간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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