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최고의 학습 방법은 반복해서 떠올리기/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입력 : ㅣ 수정 : 2018-11-0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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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이 6일 남았다. 오래 기억하는 좋은 공부 방법이 따로 있을까.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은 교재나 노트에서 중요한 대목을 형광펜으로 칠한 뒤 반복해 읽는 것이다. 한편 교육학에서는 ‘개념 매핑’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본다. 말풍선에 세부 사항과 아이디어를 손으로 써 넣고 이 풍선들을 조직적으로 연결하는 도표를 그리는 학습법을 말한다.
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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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하지만 다른 모든 방법을 뛰어넘는 학습법의 왕자가 있다. 기억한 것을 그저 떠올려 보는 것이다. 20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요령이 지금도 진리라는 말이다. “어떤 것을 반복해서 떠올리면 그 기억이 강화된다.” 머릿속에 떠올리기와 같은 ‘회상연습’의 효과는 근래 인지과학자들에 의해 분명하게 확인됐다.

2008년 2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기념비적 연구가 발표됐다. 미국 퍼듀대학 심리학과 제프리 카피크 교수팀의 논문이다. 그의 팀은 40명의 학생에게 스와힐리어 단어 40개를 배우게 한 뒤 1주일 후에 평가했다. 그 결과 단어를 공부하고 시험 치르기를 반복한 집단의 성적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80점을 받았다. 이에 비해 그냥 공부만 한 집단은 평균 36점을 기록했다. 시험 없이 공부만 반복하는 방법은 시간이 지난 뒤의 기억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후속 연구 결과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내용이라도 반복해 떠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2009년 11월 ‘실험심리학 저널: 일반’,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카피크 교수팀은 대학생 150명에게 스와힐리어 단어를 공부하게 만들고 1주일 뒤에 평가를 했다. 공부 방법은 연구팀이 지시하거나 각자 선택하게 했다. 평가 결과 모든 단어를 빼놓지 않고 셀프 시험을 치면서 공부한 집단의 성적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에서 맞힌 단어를 그다음 시험에서 제외한 그룹은 그만큼 성적이 좋지 못했다. 연구팀은 “아는 내용이라도 두세 차례 더 떠올리면 장기 기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회상연습은 ‘개념 매핑’보다 우월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의 연구팀이 2011년 1월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을 보자. 이에 따르면 자료를 읽고 시험을 거듭 치른 학생은 다른 두 방법으로 공부한 학생에 비해 50% 더 많은 지식을 갖는 것으로 1주일 후 평가에서 드러났다.

연구팀은 200명의 학생에게 특정 과학적 주제에 관한 글을 몇 문단 읽게 했다. 주제는 소화기 계통의 작동 방식이나 척추동물 근육 조직의 유형 등이었다. 첫 실험에서 학생들은 네 집단으로 나뉘었다. 처음 두 집단은 5분간, 혹은 5분씩 네 차례 교재를 읽기만 했다. 세 번째 집단은 교재를 펴놓고 지식을 도표로 그리는 개념 매핑을 했다. 마지막 집단은 ‘회상연습’ 시험을 치렀다.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10분에 걸쳐 자유형 에세이를 썼다. 이어 문단을 다시 읽고 또 시험을 치렀다. 1주일 후 네 집단 모두 평가 시험을 치렀다. 사실을 떠올리고 이를 기반으로 논리적 결론을 도출하는 문제를 풀었다.

두 번째 실험에선 회상연습과 개념 매핑 중 한 가지 방법으로만 공부를 하게 만들었다. 초기 단계에서는 개념 도표를 만든 학생들이 세부 사항을 더 잘 묘사했다. 하지만 1주일 후 평가를 하자 회상 시험을 치른 집단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나타냈다. 심지어 단답형이 아니라 개념을 지도화(매핑)하는 시험에서조차 더 높은 성적을 보였다.

인지과학자와 교육전문가들은 이 결과가 충격적이라고 말한다. “많은 교육자들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개념 매핑과 대비했을 때 회상 시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당시 NYT가 보도한 버지니아대학 심리학과의 대니얼 윌링엄 교수의 평가다.

또 다른 연구에서 초중고생이나 의과대학원생, 인지 재활훈련을 받는 신경질환자 모두에게 ‘기억한 내용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시험으로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각기 다른 모든 상황에서 가장 우수한 결과를 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듀크대학의 앤드루 버틀러 교수가 2011년 1월 ‘인지과학의 동향’에 발표한 리뷰 논문의 평가다.

회상연습이 좋다는 것은 알았으니 실천해 보자. ‘지금까지 읽은 칼럼은 무슨 내용이었을까?’
2018-11-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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