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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탐정 “가출 고양이를 찾는 데도 골든타임이 있어요”

고양이 탐정 “가출 고양이를 찾는 데도 골든타임이 있어요”

문성호 기자
입력 2018-10-11 16:50
업데이트 2018-10-1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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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초 인터뷰] 20년 경력의 고양이 탐정 김봉규씨 인터뷰

지난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주택가에서 만난 길고양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주택가에서 만난 길고양이.
고양이 탐정 김봉규씨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주택 골목에서 고양이를 찾고 있다.
고양이 탐정 김봉규씨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주택 골목에서 고양이를 찾고 있다.

“고양이를 발견하는 능력과 고양이를 읽는 능력, 그리고 고양이를 손으로 잡는 능력이 필요해요.”

고양이 탐정 김봉규씨에게 ‘고양이를 찾기 위해 갖춰야 할 기술이 무엇인지’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는 “세 가지 능력만큼은 남들보다 탁월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고양이에 죽고, 고양이에 산다’는 그를 지난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골목에서 만났다.

김씨가 고양이 구조를 처음 시작한 건 20년 전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다. 그저 고양이가 좋았을 뿐. 그는 “고양이를 찾았을 때 주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좋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는 측은지심이라고 해야 하나, 조금씩 고양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랜 시간 그런 마음으로 고양이를 찾다 보니 어느새 고양이 탐정이 되어 있었다”고 직업이 된 배경을 설명했다.

고양이 탐정 김봉규씨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골목 계단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 중인 모습.
고양이 탐정 김봉규씨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골목 계단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 중인 모습.
고양이 탐정 김봉규씨는 일을 할 때 자동차를 타고 다니지 않는다. 고양이 간식과 랜턴 등 수색 장비를 담은 커다란 배낭을 멘 채 뚜벅뚜벅, 구석구석 걷는다. 그러다 보니 직업병이 생겼다. 20년 동안 걸어서 고양이를 찾았으니 어깨, 허리, 발, 다리 통증을 달고 사는 건 당연지사. 무엇보다 그는 고생 후, 고양이를 찾지 못했을 때 찾아오는 우울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일하는 김씨가 지금까지 집으로 돌려보낸 고양이는 2000마리가 넘는다. 당연히 기억에 남는 사연들도 많을 터. 김씨는 자신을 버린 주인집을 찾아왔다가 굶어 죽은 고양이 사연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입양 받은 사람이 고양이를 버렸고, 입양 보낸 분이 저에게 의뢰한 사건이었다”며 “2주 만에 고양이를 찾았는데, 자신을 버린 주인집 빌라에서 굶어 죽은 채 발견됐다. 조금만 더 일찍 연락했으면 찾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씨는 고양이가 집을 나가면 최대한 빨리 연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양이를 찾는데도 골든타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간이 늦어지면 포인트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금방 찾을 수 있는 애들이 많은데, 시기를 놓치면 힘들다”며 신속한 조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가 고양이를 찾는 비용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기본 보수와 성공보수로 나뉜다. 예를 들어 초기에 15만원, 고양이를 찾으면 20만원을 받는 방식이다. 물론 고양이를 찾지 못하면 성공보수는 없다. 하지만 그는 돈을 우선으로 일하지 않는다고 한다. 도울 수 있으면 기꺼이 돕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씨는 의뢰인이 자신의 지시와 설명을 잘 따라줘야 더 빨리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봉규씨는 애묘인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애묘인들이 고양이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만큼이나 고양이를 잃어버린 뒤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데려온 뒤, 잃어버리면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씨는 “지금까지 발로 뛰며 연구한 것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고양이를 찾으며 겪은 에피소드나 길고양이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한 데 모아 소개하고 싶다”며 도서 집필 계획을 전했다.

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민지 기자 goph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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