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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어떤 만남/문소영 논설실장

[길섶에서] 어떤 만남/문소영 논설실장

문소영 기자
입력 2018-09-30 22:44
업데이트 2018-09-3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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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이 조촐하게 마련한 ‘여백을 번역하라’라는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그날따라 부산서 상경한 젊은이의 ‘벙개’ 요청이 있었던 터라 예정보다 2시간이나 늦었다. 참석자들은 ‘번역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강의를 홍대 근처에서 10여년 한 지인의 제자들로, 대성(大成)까지는 아니어도 번역책을 최소 한 권 이상 낸 멋지고 자랑스러운 남녀 번역가들이었다.

수년 전 이 지인의 번역강의를 들었으니 엄격히 말하자면 나도 같은 제자이지만, 함께 스터디 모임을 한 적이 없는 데다 이날따라 뒤늦게 자리에 합류한 늙수그레한 이방인이라 너의 존재를 밝혀 보라는 식의 질문을 간신히 무마하며 말석에서 맥주로 목을 축이고 있었다.

그런데 백열전구 아래 자리 중간 저쪽, 옆모습이 단아한 흰 얼굴은 아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촉이 확 오는 것이었다. 계속 주시하니 이상한 기운을 느낄 만도 한데 이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한참만에 마침내 그가 몸을 틀었다. 하나도 늙지 않고 옛날 그 느낌 그 분위기로 말갛게 웃었던가, 아니면 샐쭉한 표정이었던가. 15년, 20년 만인가. 또 만나자며 야간 택시에서 새끼손가락까지 걸었건만, 재회는 늦어지고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다.

symun@seoul.co.kr
2018-10-0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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